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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0125][출동! 인턴기자] 시화호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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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자 : 2004.01.25
  • "개발도, 환경도 다 신물 나" 24일은 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경기도 안산 시화호가 생겨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모자라는 농지와 공장부지를 확보하자며 정부가 바닷물을 막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좁은 땅덩어리를 조금이나마 넓혀보자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실제론 중동 건설붐이 식으면서 남아도는 건설장비를 놀릴 수 없다는 계산이 더 앞섰다. 환경문제는 고려사항이 되지도 않던 때였다. 결국 길이 12.7㎞의 방조제가 바다를 가로질러 56.5㎢의 호수를 만들어 놓았다. 방조제 공사엔 6천2백억원이 쏟아부어졌다. 이런 개발이 지역주민의 삶까지 개발시키는 데 성공했을까. 시화호 주변 주민들은 오히려 좌절이 더 크다고 한다. 또 이들은 요즘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탓이다. 시화호의 섬 우음도 주민 차승복(45)씨는 시화호가 생겨나기 전의 평화롭던 때를 회상한다. "육지에서 학교 다니다가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가 1980년대 초반이었어요. 수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라 하루에 4시간만 일하면 충분했어요. 갯벌에서 주로 가리맛이라는 조개를 캤는데 60㎏에 12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벌이가 좋았지요." 그의 삶은 87년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면서 풍비박산났다. 공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산물이 변색되고 냄새가 났다. 공사가 완료된 94년부터는 아예 소출이 끊겼다. 하수처리장도 없이 무작정 둑만 막은 탓에 97년부터는 시화호가 썩어갔다. 이 곳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최고 26ppm까지 올라갔다. 인근 바닷물 오염도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검은빛을 띤 시화호는 ''오염의 대명사''가 됐다. 차씨는 답답한 심정이다. "고향이 싫어져 육지에서 장사를 시작했지만 그마저 실패했지요.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땅팔고 집팔고 대출받고…. 계속해서 빚만 늘어가는 거죠." 그동안 오염에 관한 논쟁은 숱하게 많았지만 피폐해진 주민의 삶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인근 섬 형도에서 50년을 넘게 살아왔다는 한 노인은 개발도, 환경보호도 자신들에게 피해만 줄 뿐이라며 항변한다. "우리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야. 여기 사는 새나 노루 같은 짐승들은 보호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관심도, 대책도 없어." 지역 주민들이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당초 시화호 주변 29개 어촌계에서는 소송을 통해 3백83억원의 보상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2심에서는 91년 관련 법이 바뀐 점을 들어 이미 지급한 8년치 수입에 해당하는 보상금 가운데 6년치를 국가에 반환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보상금을 이미 다 써버린 주민들은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는 과정에서 적잖은 빚을 지게 됐다. 주민들은 "평생 먹고 살던 터전을 빼앗아 놓고 고작 2년치만 보상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인가"라며 울분을 토한다. 일부 주민은 공유수면관리법에 따라 이 곳에서 물고기 잡는 일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적발되기를 반복한다. 불법 어로에 대한 벌금 2백50만원이 없어 징역을 살기도 한다. 정부는 오염을 해결하지 못하자 결국 바닷물을 드나들도록 만들었다. 이때부터 시화호가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는 2001년 담수호 만들기를 완전히 포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12일 국토연구원 등은 신도시.조력 발전소.농업용지 조성 등이 포함된 시화지구 장기 종합개발 계획안을 내놓았다. 그 뒤 건설교통부.환경부.농림부 등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되면서 이 곳에는 또다시 개발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의 거창한 개발 계획에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는다. 섬마을 주민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터여서 외지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우음도 주민 원종윤(74)씨는 "이주시키면 나는 딱 한 군데밖에 갈 데가 없지. 북망산으로나 가야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제종길 박사는 "새 계획안대로 개발이 이뤄진다면 오염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현 해안선을 유지하면서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고호진 인턴 기자(연세대 신문방송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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