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 home
  • 알림마당
  • 보도·해명자료
  • 전체
전체
게시물 조회
  • [한겨레11.12] 뉴타운? 그냥 이대로 행복해요
    • 등록자명 :
    • 조회수 : 2,733
    • 등록일자 : 2003.11.12




  • 서울시와 재개발 갈등 환경운동연합은 박수






    ‘도심속 시골’ 서울 진관내동 한양주택 사람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1970년대 서울 주택가 모습을 담을 때 단골로 찾는 곳이 있다.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한양주택이 그곳이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지축역 쪽으로 300m쯤 가면 왼쪽에 나지막한 단독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언뜻 단조로운 탄광촌 사택처럼 보인다.

    지난 5일 찾은 한양주택 마을은 고즈넉한 늦가을 정취로 가득했다. 고급스럽고 이국적 분위기의 새도시 단독주택과는 사뭇 다르다. 원색 페인트 칠을 한 기와를 올린 1자형 단층 벽돌집들이 널찍한 길 양편에 가지런히 자리잡았다. 담장 대신 둘러싼 나무울타리와 마당의 배추밭, 익어가는 모과와 감나무는, 집집마다 내걸린 노란 깃발을 빼면 영락없는 시골 주택가 모습이다.

    “한양주택 존치하라!” 이 마을 214가구 1천여 주민은 은평뉴타운 계획이 발표된 이래 1년 넘게 노란 깃발에 적힌 대로 서울시의 개발계획에 반대해 왔다. 뉴타운 사업에 지역주민이 반발하는 곳은 여기만이 아니다. 더 높은 아파트를 짓도록 허용하고 더 많은 보상비를 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종만(52) 한양주택주민위원회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살기 좋은 마을”이라며 “아무리 개발을 잘 한다 해도 지금보다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곳을 “리조트 같은 생태전원도시”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지난해 은평뉴타운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곳 집값은 거의 갑절로 뛰었다. 타운 개발이 끝나면 다시 그 갑절로 값이 나가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재개발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둔하게’ 만들었을까.

    통일로가에 자리잡은 한양주택은 70년대 남북회담의 부산물이다. 북쪽 대표단에게 보여줄 시범주택으로 79년 완공됐다. 그래서인지 벽에 못을 박기가 힘들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대지 50평에 건평 25.8평의 국민주택 규모다. 작은 부엌 같은 낡은 구조는 20여년이 지나면서 대부분 변경했지만, 그때 입주한 원주민의 30%쯤은 아직도 산다.

    “이 동네엔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가요.” 86년 결혼하면서 이곳에 온 장옥자(49)씨는 이웃과 유대가 깊고 교육여건이 좋은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담장이 없어 다 쳐다보이니 도둑이 없다. 비가 오면 이웃집 빨래 걷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뉘 집이 오늘 밤 외출하러 집을 비우는지도 안다. 통장인 장씨가 며칠 전 활동비로 돼지고기를 사 노인정에 내놓았더니 누구는 김치를, 누구는 막걸리를 가져와 자연스럽게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마을에서 23년을 살다 경기 고양시 화정마을로 이사갔던 유덕희(47)씨는 시끄럽고 공기 나쁜 아파트 생활에 질려 6개월 만에 돌아왔다. 8년 전 이사온 허영희(40)씨는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 “새벽 5시 반에 청소차가 마이크로 차량번호를 불러대면 차를 뺐다가 다시 주차하고 이불 속으로 돌아오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린다. 골목길이 차 두대가 나란히 지나갈 만큼 넓은 이곳에선 주차전쟁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곳만큼 살기 힘든 곳도 없다. 그 흔한 피시방, 할인점, 술집, 부동산업소 따위가 하나도 없다. 게다가 지난 30여년 동안 그린벨트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재산 불리기 측면에선 빵점이다.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보면 운전사가 이런 곳이 있냐며 꼭 집값을 묻지만 “잘 모른다”는 대답을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씨는 “많은 주민들은 바로 이중으로 규제돼 개발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 힘으로 뉴타운 개발을 막는다면 이곳을 공동체가 살아 있는 진정한 생태마을로 가꾸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대도시는 ‘생태학적 사막’일 뿐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로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서 리우 유엔환경회의는 ‘생태도시’ 개념을 제안했다. 도시화율이 90%에 가까운 우리나라의 도시환경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 시민 9명에 1명은 환경이 나빠 이주를 원할 정도다. 그동안 생태도시를 만들려는 시도가 정부와 지방치단체를 중심으로 펼쳐져 왔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한겨레〉는 환경운동연합(생태도시사무국, 02-718-4231~3)과 함께 시민이 주축이 되는 생태도시 만들기에 나선다. 연중 계속될 이 캠페인은 도시환경을 개선하려는 주민, 시민단체, 지자체 등의 노력을 집중 소개하고 생태도시를 향한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집집마다 내걸린 노란색 재개발 반대 깃발.★★★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주민위원회를 꾸려 재개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가을이익어가는 한양주택 전경. 널찍한 골목과 담장 대신 둘러싼 생울타리가 시골 주택가를 떠올리게 한다.




  • 목록
  • 이전글
    [한겨레11.12] 1천평 도심텃밭 “뭉개지 마세요”
    다음글
    [한겨레11.12] 서울시와 재개발 갈등 환경운동연합은 박수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셨습니까?

  •   
  •   
  •   
  •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