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 home
  • 알림마당
  • 보도·해명자료
  • 전체
전체
게시물 조회
  • [동아1018][고랭지 채소밭 환경파괴 실태-대책]산 곳곳 드러나
    • 등록자명 :
    • 조회수 : 4,251
    • 등록일자 : 2003.10.17
  •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산 언덕에 펼쳐진 고랭지 채소밭. 환경단체는 산림 복원을 주장하지만 농민들은 외국산 농산물에 대항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맞서고 있다. -강릉=경인수기자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해발 700m 야산.


    산 주인 최모씨(47)는 산림훼손허가를 얻은 뒤 7900m²에 이르는 고랭지 채소밭을 개간했다. 하지만 이 채소밭을 만들기 위해 훼손된 산림은 채소밭 면적의 3배가량이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말 태풍 ‘루사’로 망가진 마을 농경지에 객토할 흙을 공급한다는 이유로 2만m²가 넘는 산림훼손허가를 얻었다. 그는 이 가운데 일부를 고랭지 채소밭으로 개간했다. 최씨는 “나무는 평생 길러 한번 잘라낼 때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고랭지 채소밭은 매년 경작할 수 있어 훨씬 많은 소득을 올려준다”면서 “시가 허락하면 나머지 산림도 전부 고랭지 채소밭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고랭지 채소밭=80년대부터 정선군 평창군 등 강원도 고산지대 주민들 사이에 “누구누구가 고랭지 채소밭을 만들어 대 이은 가난을 벗어났다더라”는 말이 퍼지면서 농민들은 앞 다퉈 고랭지 채소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근 등 다른 작목을 심고 있던 땅들이 무 배추 재배지로 전환됐으며 나무가 베어져 채소밭으로 바뀌었다. 강원도에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672ha가 산림에서 농지로 전환됐으며 이중 70%인 470여ha가 고랭지 채소밭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대산국립공원과 진부령, 태백산 등 관광지와 백두대간을 찾는 관광객들은 산등성이마다 산림을 파헤치고 흉하게 들어선 고랭지 채소밭을 보면서 불만을 터뜨린다.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온통 표피를 벗긴 산을 볼 때마다 강원도가 천혜의 자연을 갖춘 관광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는 산림이 주는 경제적 효과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산림이 주는 혜택을 목재 등을 통한 직접적인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산소와 맑은 물 공급을 통한 간접 혜택과 생태계의 유지 및 정서적 문화적 효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산림을 파괴해 채소밭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는 것이다.


    ▽하천 생태계 파괴=평창군 도암면 남한강 상류인 송천에 자리잡은 도암댐. 1989년 만들어진 이댐의 담수능력은 5100만t이며 유역 면적은 144.9km²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지 한달 이상이 지났지만 도암댐의 물은 뿌옇게 흐린 흙탕물이다. 물에 손을 담그면 손이 보이질 않을 정도다.


    이 댐의 흙탕물은 지역간 환경 분쟁의 주범이 됐다.


    도암댐의 물은 백두대간 지하에 뚫린 15km의 도수터널을 지나 강릉시 남대천으로 떨어져 강릉수력발전소의 발전용수로 이용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2001년 3월부터 발전이 중단됐다. 강릉시 주민들이 도암댐에서 나온 물이 남대천을 오염시킨다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도암댐 물의 남대천 진입을 막고 있는 ‘강릉 남대천 살리기 범시민투쟁위원회’ 김남훈(金南勳) 위원장은 “도암댐의 물은 시화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오염돼 있다”면서 “발전을 위해 물이 방류된 뒤 남대천 물고기는 27종에서 18종으로 크게 줄었고 남조류도 출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도암댐 수질오염의 주원인은 고랭지 채소밭에서 흘러들어오는 토사와 농약, 퇴비”라며 “오염된 물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한결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강원대 최재석(崔宰碩·어류학) 교수는 “10여년 전만 해도 도암호로 흘러가는 송천 곳곳에서 열목어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고랭지 채소밭에서 쓸려가는 토사가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천에 고랭지 채소밭의 토사가 섞인 흙탕물이 내려오면 돌 틈에 알을 낳는 어종이 타격을 입는다. 이들 어종이 흙탕물에 산란을 하면 알들이 호흡을 못하고 썩어 가기 때문에 이들 어종은 점차 멸종될 수밖에 없다.


    ▽상수원 오염=고랭지 채소밭 등지에서 흘러나온 흙탕물은 주변 하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주민들이 먹는 팔당호 등 상수원 오염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채소밭 인근 하천의 흐린 물은 하류로 내려가면서 다른 하천의 물이 섞여 맑아지는 듯 보이지만 하류 댐에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농경지의 탁수는 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하류 댐에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며 “한강 곳곳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해도 팔당호의 수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바로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탁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양 침식으로 인한 자연재해=강원도에 있는 대규모 고랭지 농경지 중 태백시 매봉산과 덕항산, 강릉시 고루포기산에 있는 고랭지 채소밭은 모두 백두대간의 산림이 대규모로 벌채된 곳이다.


    이들 지역의 산 정상부는 토심이 얕고 토양이 비옥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비료를 사용해 산성화되고 있다. 봄철 해빙기나 여름철 폭우 때 토양의 침식과 유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면 토사가 하천의 흐름을 막아 수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경사가 심한 고랭지 채소밭은 쉽게 침식되기 때문에 토사를 대량으로 유출한다.


    강원도는 지난해 태풍 ‘루사’ 이후 산에서 쏟아지는 토사가 수해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자 계곡 곳곳에 토사를 막는 댐을 설치하고 있다.


    ▽대책=전문가들은 경사도가 큰 고랭지 채소밭을 산림으로 복원하고 농경지의 침식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침식 방지 조치를 하는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자발적인 침식 방지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랭지 채소밭 주변에 구조물을 설치해 훼손된 산림을 안정화하거나 장기적으로 정부가 고랭지 채소밭을 매입해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 정용미(鄭容美) 간사는 “백두대간에 대규모 고랭지 채소밭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두대간 보전회 김원기(金元起·50·강원 동해시 삼화동) 회장은 16일 태백시 태백석탄박물관에서 열린 ‘백두대간의 효율적인 관리방안’ 세미나에서 “대규모 고랭지 채소밭 등이 백두대간을 훼손하고 있다”며 “더 적극적인 보전방안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환경파괴 논란에 현지농민들 반응▼


    17일 강원 평창군 용평면 주민들이 고랭지 밭에서 단무지용 무를 수확하고 있다. -평창=경인수기자


    고랭지 채소는 저지대에 가뭄이 들거나 무더울 때, 또 장마가 들어 저지대 채소밭이 물에 잠길 때 값이 뛴다. 평소 200만∼300만원 하던 5t 트럭 한 차 분량의 배추 가격은 지난해 태풍 ‘루사’ 직후 9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사지여서 비가 오면 수해를 입지만 물에 잠기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살아남는 채소가 많은 것이 장점이다.


    고랭지 채소는 대부분 1모작이며 7∼9월에 출하된다. 고랭지 채소는 가격 등락 폭이 크기 때문에 농민들은 마음고생이 심하다. 강원 정선군 관계자는 “고랭지 채소는 재배 권장 종목이 아니지만 잎 수가 많고 품질이 좋아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최근 고랭지 채소밭의 환경 훼손 논란과 관련해 “고랭지 채소가 있어 수십년간 채소의 가격 폭등을 막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농민들은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산림을 개간해 채소를 재배하고 있으며 고랭지 채소는 외국 농산물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유일한 작목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농민들도 친환경적인 농법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조익현(趙益鉉·34·강릉시 왕산면 고단3리)씨는 “하천 최상류에 속하는 지역의 밭에 농약을 칠 때마다 친환경적인 무공해 농약이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정부가 고랭지 채소밭을 매입하고 이를 산림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 농민이라면 모를까 순수한 농민은 삶의 터전인 땅을 팔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강릉대 이규송(李奎松·39·산림생태학) 교수는 “고랭지 채소밭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농민이 손해 보는 금액을 정부가 보상하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토사 유출이 심한 농경지는 정부가 임차하거나 사들여 산림으로 복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상황에 따른 단계적인 대응책이다.


    정부와 강원도가 환경을 보전하는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관광수입과 토사 유출방지 및 수질오염 제거에 드는 비용, 고랭지 채소밭 경작으로 인한 수익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농민들과 함께 환경친화적이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 목록
  • 이전글
    [동아1018][강원]태백시 하천 수질 크게 향상
    다음글
    [동아1018]‘현대판 火田’ 고랭지 채소밭 백두대간 야금야금 좀먹는다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셨습니까?

  •   
  •   
  •   
  •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