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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기고] 15마리의 새끼 여우를 기다리며
  • 등록자명
    환경부
  • 조회수
    2,717
  • 등록일자
    2017-04-19

[문화일보, 2017.04.19]

15마리의 새끼 여우를 기다리며

시베리아 지역에 살다가 4000년 전에 멸종된 털매머드를 10년 후에는 다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있다. 진화하는 생명공학의 유전자 기술로 먼 친척뻘인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자를 잘라내고 붙여서 털매머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멸종된 동물을 유전자 기술로 복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멸종위기의 동물을 우선하여 보호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 소똥구리는 이제 농촌에서도 보기 어려우며, 크낙새도 1981년에 마지막으로 관찰된 후에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한반도의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멸종위기종 246종을 지정하고 복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종이 지정된 포유류 중 반달가슴곰, 산양과 여우는 실제 자연에서 활발하게 복원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에서, 산양은 설악산을 중심으로 월악산과 속리산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복원 중이며, 여우는 소백산을 중심으로 자연 방사를 확대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2004년 복원을 시작한 이래 현재는 45마리가 지리산에 활동 중이고 이 중 26마리가 자연에서 태어났다. 2007년에 시작된 산양 복원사업 결과 월악산에 방사한 산양 개체가 10년 동안 40㎞를 이동해 문경과 이화령을 거쳐 속리산까지 서식 공간을 확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백산의 여우 복원은 그간 많은 방사 개체가 올무와 로드킬에 희생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해에 처음으로 야생에서 3마리의 새끼를 출산해 복원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 종의 생물을 자연에서 복원하는 것은 단순히 그 종을 증식시켜 자연에 풀어놓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생태계의 균형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인간과의 공생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생태적인 고려는 2차적인 문제이며 야생동물을 복원하는 것이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익을 주는지, 왜 지금 이곳에서 복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관심과 노력,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여우처럼 서식지가 인간의 생활공간과 겹치는 경우 복원사업 초기에 지역 주민들의 협력은 사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다. 산업화 시대에 대대적으로 전개된 쥐잡기 운동 때 사용된 쥐약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몰린 것처럼, 여우는 마을 인근 등 인간과 가까운 곳에서 서식해 개발과 환경오염에 더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신호로 최근에는 여우 서식지 인근 주민들이 올무 제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 서식지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012년부터 야생의 여우 복원을 위한 시험 방사를 거쳐 올해에는 야생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방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의 야생 출산을 성공 삼아 올해는 출산 가능한 암컷을 10마리 이상 방사해 자연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개체군을 많이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15마리가량의 새끼 여우가 야생에서 태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우가 우리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주변 자연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이자 희망을 보여준다. 여우 복원사업은 앞으로 생물 다양성 증진, 지역 환경 개선과 생태관광을 통한 소득 증대를 가져오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올해 여우 방사가 성공해 구미호, 선비를 홀린 여우처럼 전설과 동요 속의 여우가 아닌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어서 빨리 건강한 새끼 여우들이 굴 밖으로 나와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41901033711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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