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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기고] 옛 전축이 들려주는 새활용의 가치
  • 등록자명
    환경부
  • 조회수
    1,601
  • 등록일자
    2020-02-27

[세계일보 2020-02-27]


[세계일보 기고] 옛 전축이 들려주는 새활용의 가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것'에 대한 소비자의 열망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상품의 포장을 뜯는 희열이 클수록 그에 따른 폐기물 배출이란 그림자가 짙어진다. '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 기계 협회'의 '세계 63개국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2016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량은 61.97kg으로, 벨기에의 85.11kg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세계는 현재 사용금지·감량·재활용·생활용 등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새활용'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새활용이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의 합성어인 '업사이클'이라 부르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자원순환 현장시찰의 일환으로 서울 중랑물재생센터 내에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찾았다. 입주업체를 방문하고 새활용업 관계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곳에서 새활용 제품의 우수함에 놀랐고, 제공하고 있는 시민참여형 서비스에 놀랐다.


현역에서 퇴임한 '기술장인'부터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기술자들이 함께하는 '인라이튼'이란 전문수리업체는 버려질 전자제품을 수리하고, 진공청소기 등 고장 난 제품을 시민들이 참여해 직접 고치는 워크숍도 열고 있다. 마침 30년 전에 구입해 사용하다 고장난 전축(뮤직박스)이 생각나 새활용을 문의했다. 현역에서 퇴임한 기술자 등이 수일 뒤 수거해 가더니 말끔하게 고쳐 돌려줬다. 스피커 특유의 소리로 재생되어 들려오는 추억의 음악은 나를 30년 전으로 단박에 돌아가게 했다. 환경부 장관으로서 버려지는 자원에 가치를 더하는 새활용의 실천이란 의미도 되새겨볼 수 있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는 인라이튼 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새활용기업이 꽤 있다. 이곳 4층에 입주한 '젠니클로젯'도 그중 하나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이란 가치를 나누기 위해 기증받은 청바지나 재고원단, 친환경 소재 등을 활용해 가방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서울 마포구에는 '모어댄'이란 새활용기업이 있다. 2015년에 공방 수준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폐자동차에서 나온 가죽시트와 안전벨트로 가방, 지갑 등을 만들어 3년 만에 연매출 4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이런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새활용을 어엿한 산업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미 지자체와 적극 협력하여 서울새활용플라자 등 새활용센터가 전국 7곳에 세워졌고, 세종과 제주에도 곧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에는 새활용 산업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이 마련된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안정적으로 소재를 공급하기 위한 '온라인 소재 은행'과 '온라인 업사이클 마켓' 구축이 추진된다. 우수 새활용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상담과 시제품 제작, 투자유치, 새활용 선진국 시장개척단 파견 등의 지원이 제공된다.


새활용에 대한 기대와 애착이 큰 것은 버려지는 쓰레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새활용기술이 미래의 '연금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금술은 곧 과도한 자원 채취와 폐기물 방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되살리는 기술이기도 하다. 추억의 가치가 더해진 오랜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녹색의 가치가 더해진 대한민국의 멋진 미래를 꿈꿔본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원문보기: http://www.segye.com/newsView/20200227516280?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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