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게시물 조회
  • 환경청장님께
  •     등록자명 : 김혜지     조회수 : 1,685     등록일자 : 2003.06.25     담당부서 : 김혜지        
  • 존경하는 환경청장님께

    더운 날씨에 장마까지 겹쳐 후텁지근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여름입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는 김해시 생림면 이작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회장 김혜지입니다.
    얼굴도 모르는데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요즘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어제부터 저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학교를 갈려고 하는 저를 부모님께서 붙잡으시더니 '오늘은 학교에 가지 말아라'라고 하시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맨날 '공부 열심히 해라, 학교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며 학교에 보내시던 부모님이셨는데 '감염성 병원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마을 길가에 '감염성 병원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반대한다'라는 플래카드가 달려있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그것 때문에 학교에 가서는 안된다고 하니 저는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감염성 폐기물이란 인체 또는 동물로부터 적출되거나 절단된 물체, 동물의 피, 고름, 분비물, 동물의 사체 등이라고 되어있었습니다. 정말 끔찍하고 겁나는 말이어서 읽는 순간 눈살이 찌뿌려졌습니다. 저도 반대하여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몇 해 전부터 부쩍 공사가 많아져서 좁은 도로 위를 화물차들이 느릿느릿 다니면서 먼지를 뿌리는 것이 많이 불편하였는데, 돌이나 모래를 실은 화물차 대신에 전염성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학교에 가는 우리들 머리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병균을 먼지처럼 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

    돼지콜레라 때문에 한번씩 우리 마을이 텔레비전에 나올 때마다 부끄럽기도하고 혹시 나도 콜레라에 걸리는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스러웠던 마음보다 더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앞으로는 낙동강이 굽이굽이 흘러가고
    뒤쪽으로는 수로왕의 전설이 어린 무척산과 작약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조그마한 시골마을입니다. 옛부터 물좋고 산세가 좋아 '생림통천(生林洞天)'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특히 무척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참으로 아늑하고 평화롭습니다.

    창원에서 통근하시는 우리선생님께서 출근하는 길가의 풍경들이 너무 좋아 먼 길이 덜 피곤하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도시아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푸른 산과 맑은 물, 온갖 풀과 나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커다란 행운을 얻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머리도 나쁘지 않고 공기도 좋은데 사는 우리들이 공부하는 환경이 도시만큼 되지않아 공부욕심이 너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시면서 좋은 것을 모두다 가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는 도시아이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우리들이 오히려 자랑스럽기도 했었는데, 전염성폐기물처리장이 생기게 된다면 우리들은 시골에 산다는 이유때문에 좋지않은 것을 모두다 가지게 되는 것 같다는 마음에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청장님!
    감염성 폐기물처리장 때문에 어른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지만 저희같은 어린이들의 마음도 상처를 입고있습니다. 어제 저는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몇몇의 친구들과 동생들은 학교에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녁에 동네 어른들끼리 왜 학교에 보냈냐며 다투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가족처럼 지내던 분들끼리 사이가 나빠지면 어쩌나하는 생각으로 불안하기도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빨리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 해결은 우리 마을에 처리장이 지어지지 않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 날, 전교생 앞에서 '어린이 헌장'을 읽어준 일이 있습니다. '어린이는 몸과 마음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균형있는 영양을 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공해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오래오래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어린 마음을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2003년 6월 24일

                                                     이작초등학교   6학년   김 혜 지 올림
  • 목록
  • 이전글
    낙동강유역환경청 해운대구 소모임 제1회 이사회 통보
    다음글
    위장취업때문에 환경인들 다 죽습니다

컨텐츠 만족도 설문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셨습니까?

  •   
  •   
  •   
  •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