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합리적으로 처리한 조상들의 지혜 ■ 쓰레기의 퇴비화 우리 조상들은 대체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집집마다 마당 한구석에는 퇴비장과 변소가 있었다. 집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는 퇴비장에 모아 썩혔으며, 잘 썩은 것은 사람이 지게로 짊어지거나 소 등에 실어 논밭으로 날라 거름으로 썼다. ☞ 박태수,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그루출판사, 1997
■ 분뇨처리 밤에는 요강을 준비했다가 오줌을 누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 오줌을 변소에 있는 오줌 장군에 부어 모았다. 오줌장군에 오줌이 가득 차면 이것 역시 지게로 짊어지고 가서 밭에 뿌려 거름으로 썼다. 변소에 모인 똥도 바쁘지 않은 겨울이나 이른 봄에 똥바가지로 장군에 퍼 담아, 그 냄새나는 것을 밀밭이나 보리밭에 뿌려 거름으로 썼다. 심지어 길가의 개똥, 닭똥, 소똥, 말똥도 주워 퇴비장에 모았다가 거름으로 썼다. 소나 돼지를 기르는 집에서는 풀이나 보릿짚을 외양간과 돼지우리에 넣어 소나 돼지가 편히 잠을 자게 하고 가축의 똥오줌을 묻혀 퇴비장에 모았다가 거름으로 썼다. 소와 돼지의 오줌도 외양간과 돼지우리의 한곳에 모이게 하여 이것을 퍼서 오줌장군에 담아 밭으로 날라서 거름으로 썼다. 농사를 잘 지어 배불리 먹기 위해서 한 일이지만, 그 똥오줌의 냄새, 거름 썩는 냄새를 맡으면서 집집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눈물겹도록 애썼기 때문에 수 천년 동안 이 나라를 깨끗하게 지켜온 것이 아닐까? 우리 나라에서도 가장 자원을 철저히 재활용한 지방이 제주도이다. 똥마저도 그냥 썩히는 것이 아니라 그 영양가치를 끝까지 활용하여 돼지에게 먹이고 그 돼지는 다시 사람이 잡아먹고 하여 도무지 버리는 것이 없었다. 특히 제주도는 물이 지하로 금방 침투해 버리기 때문에 육지에서와 같은 변소를 만들었다가는 지하수가 금방 오염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수 천년간 이 땅에서 농사를 지어 오면서도 여전히 비옥한 땅과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 1. 박태수,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그루출판사, 1997
■ 재활용 우리 조상들은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범신론자들이었다. 자연 자체를 신으로 보고 섬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도 보면 해를 “해님”, 달을 “달님”, 비가 오면 “비님 내리신다” 등으로 말했던 것이다. 자연 자체를 신으로 보았기 때문에 철저히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해 왔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는 ‘천벌을 받을 행위’로 알아 왔기 때문에 자연을 파괴한다든지 환경오염을 시킨다든지 하는 행위들은 보통 사람 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자원을 아껴 쓰고 재활용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땅의 소산은 땅으로 순환시키는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 재나 분뇨는 다 거름이고 음식 찌꺼기는 사료로 쓰거나 그것도 못하는 것은 퇴비로 만들었다. 지금도 시골에 가보면 ‘기회자 장삼십, 기분자 장오십(棄灰者 丈三十, 棄糞者 丈五十)’ 이라는 금표가 발견된다. ‘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이 서른대요,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이 쉰대’라는 뜻이다. 재나 똥이 다 논·밭에 유용한 거름 자원인데 그것을 함부로 아무데나 버리고 오염시키는 행위를 큰 죄악으로 본 것이다. 또한, 호미나 괭이를 오래 써서 끝이 뭉툭하게 되면 대장간에 가서 쇠를 덧대어 다시 썼다. 질그릇이나 사기그릇은 깨지지 않으면 얼마든지 오래 썼고, 놋그릇은 깨지면 깨진 것을 모았다가 그것을 녹여 다시 만들어 썼다. 장롱은 대물림하며 썼으니 쓰레기가 생길 수 없었다. 담배는 담뱃대로 피웠는데, 다 피우고 나면 재만 남고 이 재는 땅에 떨어 져서 거름이 되었으니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쓰레기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오늘날에는 석유를 이용하여 무엇이든지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모든 것이 귀했다. 벼를 수확한 후 필요 없게 된 볏짚으로 ‘도롱이’ 라는 비옷 또는 모자, 신발, 멍석 등의 생활용품을 만드는 등 재활용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항상 아껴쓰고 귀하게 여기며 낭비하지 않는 검소한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 1. 박태수,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그루출판사, 1997
■ 물건을 아껴쓰고 대물림 옛날에는 한 번 만든 물건은 대물림을 하면서 오래 썼다. 형이 입던 옷을 아우가 물려 입었고 시어머니가 쓰던 물건이나 장롱 등을 며느리가 물려받아 썼다. 멀쩡한 장롱을 놔두고 새 장롱을 사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멀쩡한 장롱을 유행만 지나면 버리고 새로 바꾸거나 집을 사서 이사 갈 때면 우선 장롱부터 바꾸고 싶어한다. 새 농을 만들자면 나무가 필요하다. 나무를 마구 베어 장롱을 만들다보니 삼림이 황폐해지고 열대림이 줄어들고 있다. 이 열대림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사람에게 필요한 산소를 만드는 공장이다. 이 좋은 공장을 마구 없애고 있다. 그래서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 원숭이들이 삶터를 잃어 죽어가고 있다. 특히 이사철에 아파트 주차장에 서있는 장롱을 볼 때면 정말 버릴려고 내놓은건지 살펴보게 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버려지는 장롱이 대형쓰레기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구청에 신고하고 딱지를 붙이면 버린 사람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수거업체에서 바로 가져가지 않고 방치되기도 한다. 비온 후의 모양새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나무가 썩기도 하고 그 주위에 벌레가 생기기도 하여 재활용이 되기도 전에 상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 번 구입한 물건을 닦고 닦아 쓰면 정도 들고 절약하는 생활이 되지 않을까? 낡고 유행에 뒤쳐진다 싶으면 색칠을 다시 하고 모양을 조금 바꾸어 사용해도 좋을 듯 하다. 우리 조상들의 아껴 쓰고 대물림하는 미풍양속을 계승해야겠다. ☞ 박태수,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 그루출판사, 1997
■ 음식물쓰레기 처리 음식물찌꺼기는 말할 나위 없이 가축의 사료가 되었다. 밥은 물론 김치 등의 찌꺼기는 소의 몫이다. 쌀을 씻은 물이나 설거지물은 돼지의 몫이었다. 그래서 식구가 많은 농가에서는 가축을 여러 마리 기를 수가 있었지만, 식구가 적은 농가에서는 한 두 마리에 만족해야 했다. 음식찌꺼기가 그렇게 긴요하게 쓰였던 것이다. ☞ 춘강 편집부, 『21세기를 향한 자연과 환경』, 춘강, 1995
■ 농작물쓰레기 처리 볏짚이나 밀짚 등은 각종 공예품으로 이용되거나 가축의 사료, 퇴비로 이용되었다. 콩을 털고 난 콩대는 연료로 썼고 콩깍지는 사료가 되었다. 소의 겨울양식이 되었던 것이다. 목화대나 수수깡, 겨릅대(껍질을 벗긴 삼대)는 연료로 썼다. 이들은 산이 없는 평야지대에서는 유일한 연료가 되었다. 연료로 쓴 재는 비료로 썼다. 가리 성분이 많은 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곡식의 도정에서 나오는 왕겨는 연료나 거름으로 이용되고 쌀겨, 보릿겨 등은 사료로 썼다. 이와 같이 재활용에 또 재활용이 되었다. 맨 끝에 남는 소위 쓰레기는 퇴비장 행이다. ☞ 춘강 편집부, 『21세기를 향한 자연과 환경』, 춘강, 1995
■ 쇼핑백, 포장지보다 좋은 우리 보자기 한
손에 보자기를 들고 또 한 손에 아이의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여인네의 뒷모습은
정겹다. 대문만 열면 고불고불 펼쳐지는 집 어귀 고샅에서 보자기를 든 손을 구경
하기란 쉬운 일이었다. 대문을 빼꼼히 열어 놓고 툇마루에 앉아 하릴없이 바깥세상을
구경하던 어린 시절 눈이 아프도록 스쳐 지나가던 것은 보자기, 보자기, 보자기였다. 보자기가 사라진 오늘... 물건을 싸고, 운반하고, 덮던 보자기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는 이유는 뭘까.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왠지 촌스러워서? 아니면 세상이 좋아져 모든 것을 배달해버리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보자기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아무튼 보자기는 오늘도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그러나 보자기에 서리서리 서려있는 의미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근다면, 보자기의
실종(?)에대해
안타 까움을 느낄 것이다. 보자기의 실종에 대해 ‘이래서는 안되지...’라는 생각에
정신이 퍼뜩 들 것이다. 보자기는 그 필요에 따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가리고, 받치고, 덮고, 꾸미고,
상징하고, 신앙적인 바람의 대상으로 쓰이던 물건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의 옛 보자기는
반상의 구별 없이 두루 쓰였다. 조각보 옛 여인네들이 남긴 조각보는 이름 그대로 조각을 이용해 만든 것일 뿐, 의도한 작품은 아니었다. 옷감이 귀했던 그 시절, 여인들은 조각천 하나도 귀하게 보관했다. 그 조각이 나중에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되어 새롭게 쓰일 것을 경험 으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 조각보는 세모, 네모, 동그 라미, 태극문양 등 기하무늬들과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이 우리 어머니의 손끝에서 나오는 한 땀 한 땀 바느질 솜씨로 어우러져 우주(하늘, 땅, 사람)를 빚어내고 있다. 어떤 이는 이렇게 아껴 쓰는 슬기를 보고 “어지간히 가난하였나 보다”라고 한다. 그러나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 겨레만큼 자원을 아끼고 재활용, 재생산하는 손재주와 슬기를 지닌 민족은 드물다. 아껴 쓰는 절약정신과 재활용의 경지는 생활과학 그 자체였음을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장에 나가면 웬만한 크기의 보자기 한 장이 단돈 천원이다. 그런데도 서양 멋이 그토록 좋은지 알록달록 포장지에 선물 한 번 포장하려고 해도 포장지 값만 천원이 넘게 드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게다가 좀더 예쁘게 모양을 꾸미려면 몇백원, 몇천원 비용을 더 들여야 한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의 보자기는 얼마나 실용적인가. 한번 감싸 묶으면 리본도 필요 없고 접착 테이프도 필요 없다. 또 종이로 싼 포장은 한번 뜯어내면 흠집이 나 곧장 쓰레기통 행차지만 보자기는 그럴 염려가 없다. 매듭을 풀어 접어두면 언제나 그 쓰임이 생길 때 다시 보자기가 되는 것이다. 생명력이 길다는 이야기다. 입으로만 환경보호를 외치지 말고, 우리 오늘부터라도 보자기를 쓰는 일에 적극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포장재 대신 보자기를 사용하면 어떨까. 지갑에 보자기 한 장 잘 접어두었다가 시장을 볼 때 보자기의 매듭을 묶어 간편한 장바구니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비닐봉지 달랑달랑 들고 장을 보는 것보다 보자기에 복을 담듯 먹거리를 담아온다면 그 음식은 간이 없어도 절로 맛나지 않을까. 자원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존하고 우리의 미풍양속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 1. 김용태, 『옛살림 옛문화 이야기』, 대경출판,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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