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의 동물사랑 ■ 감나무와 까치밥 늦가을 감을 다 따고 난 후에도 감 나무 꼭대기에 몇 개 씩 남아있는 까 치밥을 알 것이다. 이것은 너무 높아 따지 못한 것이 아니라 곧 겨울이 와서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먹을 양 식이 없어질 까치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다. 가난 속에서도 자연을 이웃처럼 혹은 친구처럼 여겨 작은 새에게까지 베푸는 넉넉한 마음, 이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정감은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되고 곧 한국인의 자연관이 되었다 ☞ International Institute of Labor and Environment
■ 장독에 붙인 버선본의 지혜 우리의 장독에는 흰 창호지로 말아 낸 버선 본을 거꾸로 붙여놓곤 했다. 이는 장맛을 중시 하는 우리의 음식문화에 있어서 장을 담기 전과 후에 지켜야 할 많은 금기사항 중 하나로 지켜 졌다. 그러나 사실은 장맛에 끌려 독에 들어가는 노래기, 지네 등 여러 벌레들을 쫓아내는 방법이다. 이러한 벌레들은 밝은 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하얀 버선본에 반사된 빛에 놀라 도망을 가게 된다. 벌레를 죽이지 않고 도망가게 만드는 이러한 지혜는 벌레 목숨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한국인의 자연 사랑과 관련이 깊다. ☞ International Institute of Labor and Environment
■ 콩 세 알의 의미 우리 선조들은 밭에 콩을 심을 때 꼭 한 구멍에 세 알씩 심었다고 한다. 한 알은 땅속의 버러지를 위해, 또 한 알은 날짐승을 위해, 마지막 한 알이 농사꾼의 차지인 것이다. 이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몸에 자연스럽게 배인 생활 습관이었다. ☞ International Institute of Labor and Environment
■ 고수레 우리 조상들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먹기 전에 조금 떼어서 ‘고수레’하고 외치며 문밖으로 던지고 먹었다. 그렇게 해야 탈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고수레’ 혹은 ‘고시레’라고도 하는 이 풍습은 농사를 관장하는 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계속 풍부한 양식을 달라는 주술적인 의미를 띈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풍습의 이면에는 집 주변의 다른 동물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더불어 사는 지혜가 담겨 있다. ☞ International Institute of Labor and Environment
■ 쇠짚신 우리 선조들이 소에게도 짚신을 신겼다는 얘기는 짚에 대한 자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은 소를 팔거나 도살장 으로 운반할 때 거의가 차량을 동원하지만 옛날엔 육로로 걸리어 끌고 다녔다. 오뉴월 땡볕이 내리쬐는 불 같은 모랫길, 눈 덮인 미끄러운 언덕길, 다글다글 구르는 자갈길을 서너 마리 혹은 여남은 마리씩 쭉 꿰어끌고 이 장 저 장 옮겨다녀야 했었다. 소장수들은 하루에도 수십리씩 걸어야 하는 소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어디에고 자리잡고 잠시 쉬는 틈만 생기면 쇠짚신을 삼는게 일이었다. 우리 조상님네들은 짚신을 소에게만 신긴 것이 아니라 귀신에게도 신겼다. 지금도 초상이 나면 흔히 밥과 함께 짚신을 문밖에 내놓는데, 이것은 저승 사자가 더 이상 얼씬거리지 말고 새 짚신을 갈아 신고 얼른 저승으로 돌아 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6,70년 전까지만 해도 함경도 지방에 가면 대문 밖 기둥에 헌 짚신을 매달아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것도 역시 잡귀를 물리치기 위한 벽사(僻邪)행위의 하나였는데,
제주도 무속에서 짚배를 만들어 멀리 띄워 보내는 거나, 대문밖에 엄나무, 게, 쇠대가리
따위를 걸어 놓은 거나 다 같은 이치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이런 행위가 합리적이냐 아니냐, 미신이냐 아니냐를 따질 계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사실들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삶이 얼마나 짚신과 밀접했는가를 알 수 있고, 입으론 가격흥정을 하면서도 어차피 팔려고 데리고 나온 소를 위해 두 손은 연방 짚을 비볐던 우리네 선조들의 동물사랑 정신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 인병선, 『짚문화』, 대원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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