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친화적인 주택문화 ■ 초 가 집 우리 조상들의 집은 주로 초가집 이었다. 나무로 골격을 짜고 벽은 외(畏)를 엮어 놓고, 겉에는 짚을 5cm 정도의 길이로 썰어 흙과 섞어 바르 고 겉에는 고운 흙을 이겨 바른다. 지붕은 이엉으로 덮는다. 방바닥은 구들장을 놓고 흙을 바른다. 흙은 사계절이 뚜렷하여 기온의 변화가 큰 우리 나라에서는 흙이 최상의 건축자재이다. 흙은 열의 차단 효과가 높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효과가 있다. 습할 때는 습기를 머금었다가 건조할 때 내뿜는 천연의 습도 조절기이기도 하며, 미립자 틈틈이 바람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통풍도 잘된다. 이렇게 기능적으로 우수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흙집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마을 공동체가 함께 지었다는 것과, 무너진 뒤에도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완벽히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있다. 흙벽은 조금씩 계속해서 부스러져 떨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손으로 메꾸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다듬은 흙집은
온기를 가지고 살아 숨쉬는 가족의 일부분이 되어 단순한 건축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1) 숨을 쉰다.(공기가 잘 통한다) 2) 습도조절 능력이 우수하다. 3) 항균 효과가 크다. 4)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5) 냄새를 없애는 효능이 뛰어나다. 6) 적조 방지능력이 우수하다. 7) 방열 효과가 좋다. 8) 높은 온도를 오랫동안 지속한다. 9) 원적외선 방사량이 많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가집은 자연환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집이다. 동그마한 지붕은 동네 뒷산을 빼닮았다. 또 농사를 짓고 난 짚을 이용해 지붕을 얹고, 지천에 널려 있는 진흙으로 벽을 쳐서 만들었다. 집이 낡아 허물어도 쓰레기가 하나도 없이 모두다 섞여 옥토로 만들어진다. 과연 이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집이 어디 있겠는가? ☞ 1. 춘강 편집부, 『21세기를 향한 자연과 환경』, 춘강, 1995
■ 뒷간문화 복합오염의 주범 수세식 화장실 “내가 뒷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벌써 20여년 전부터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여류작가 아리요시 사와코의 ‘복합오염’이라는 책을 보고 난 후인데, 아리요시
사와코는 그 책에서 수세식 화장실이 갖고 있는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은 분뇨를 처리하는 데 분뇨량의 50배 이상의 물을 소비 한다. 엄청난 낭비다. 수세식의 또 다른 문제는 오염이다. 분뇨는 정화조에 들어가 희석되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말끔히 정화된 물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희석액(물 탄 똥물)이 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산소요구량이 10ppm 이하 (종말처리장이 있는 곳은 20ppm, 상수원보호 지역은 10ppm이다)의 희석액이라지만, 대장균 덩어리인 분뇨가 물에 섞임으로써 이를 분해 발효시키는 박테리아가 공기로부터 차단되어 죽어 버리고 오히려 수인성(水因性) 질병의 병원균들을 더욱 번성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소량의 대소변을 멀리 보내기 위해 동원된, 분뇨량의 50배나 되는 깨끗한 물은 오수로 변해 병원균의 온상이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실험결과를 보면 정화조에서 나온 희석수 1cc에는 대장균이 자그마치 43만 마리가 득실거리고 있다. 이 희석수는 다시 하수관을 통해 두 배가 넘는 다른 생활하수를 오염시켜 도시의 하수는 온통 병원균의 온상이 된다. 수세식 화장실이 깨끗하며 위생적이라는 생각은 이렇듯 진실과 거리가 멀다. 수세식이 깨끗하다는 것은 단지 자신의 화장실 내부일 뿐, 집 바깥으로 한 걸음 나서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복합오염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사용한 뒷간은 지역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응용되어 왔다. 제주도의 똥돼짓간, 산골마을의 잿간, 일반 농촌마을의 푸세식 뒷간 등이 그것이다. 많이 보급되어 있는 푸세식 뒷간과 잿간의 구조와 생태적 원리를 중심으로 뒷간의 쓰임새를 살펴보겠다. 푸세식 뒷간의 분뇨 저장통은 넓고 깊이가 적당하다. 분뇨가 발효되려면 상당 기간이 지나야 하는데 저장통이 너무 작으면 발효가 되기도 전에 통을 비워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적당한 넓이와 깊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변기 쪽은 발효가 안 된 분뇨가 쌓이므로 발효된 분뇨를 편한 위치 (변기에서 먼 쪽)에서 퍼내려면 저장통이 넓을 수 밖에 없다. 저장통이 넓으 므로 갓 떨어진 똥들은 윗부분에 떠다니며 발효하다가 삭으면 액체 상태(液肥)로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따라서 똥거름을 퍼낼 때는 위에 떠있는 분뇨덩어리를 밀치고 아래쪽의 곰삭은 액비를 꺼내어 채마밭에 거름으로 뿌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뒷간의 위치는 통풍이 잘 돼야 한다. 분뇨에서는 메탄·질소· 암모니아 가스 냄새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가스를 원활하게 배출 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분뇨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에 산소를 공급 해주어야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뒷간은 통풍성이 좋게 열린 구조여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부엌이나 실내공간과 따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실내공간과 떨어져 마당 한구석에 따로 놓이기에 ‘뒷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텃밭에 똥거름을 뿌리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야밤에 볼일을 보면서 별도 보고, 달도 보고, 바람도 쐬며, 풀벌레 우는 소리를 듣는 운치도 오직 별채형 뒷간만이 갖는 장점이다.뒷간을 별채에 놓는 것은 냄새를 막고 위생적으로 처리한다는 의미 외에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임산부, 어린이들의 야밤 뒷간 출입이 불편하기 때문에 쓰는 임시용 변기가 바로 요강이니, 옛날에도 뒷간이 떨어진 의미는 그 불편함을 상쇄할 만큼 상당한 과학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 마이다스 동아일보 : 동아일보 매거진
■ 부엌 요즈음은 주방이라는 말이 더 낯익다. 유명상표가 붙은 깨끗한 싱크대가 부엌이라는 말과는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부엌에서 쓰는 여러 가지 기구 들도 이제는 어머니의 손이 매 끈해진 만큼 구수한 어머니의 손맛은 사라진 것 같다. 부엌하면 우선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다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나 주택개량사업이니 하는 말에도 같은 정서가 깔려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시설은 현대화하여 겉모습은 깨끗하고 위생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부엌에서 해왔던 여러 가지 음식 만드는 과정이라 던가 쓰레기 처리 등에 한번 관심을 가져본다면, 역시 우리 조상들의 손때 묻은 도구와 흙맥질되었던 부뚜막과 가마솥에서 우러나는 깊은 과학슬기는 현대의 어느 것도 따라올 수 없음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우선 요즈음 환경문제로서 손꼽히는 것이 수질오염 문제이다. 아파트나 현대식 주방에서 음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한번의 재활용이나 재처리 없이 무작정 흐르는 물에 씻어 하수구로 버리면 그만이다. 각종 세제들로 뒤범벅된 음식물 찌꺼기가 그렇다. 말이 좋아서 수세식이 가장 위생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먹고 남은 음식을 거의 그대로 버리지 않았다. 먹을 때까지 몇 번이고 높은 열로 달여서 멸균 처리하여 보존했다. 또한 어떤 음식찌꺼기는 구정물통에 모아 두었다가 집짐승의 먹이로 썼으며, 일부 구정물은 구석에 오래도록 두었다가 강아지 등이 쥐약을 먹었을 때 응급조치 용으로 썼다. 그래서 우리 옛말에 “쥐약 먹고 구정물을 안 먹었나?”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쌀을 씻은 쌀뜨물도 그냥 버리지 않고 국이나 찌개를 끓여 먹는데 국물로 썼다. 가마솥과 어머니의 손의 조화에서 우러나는 숭늉의 구수한 맛,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뿐인가 송편에 넣고 찌는 솔잎이 천연방부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겉으로 보기에 우중충하고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소나무 도마가 소나무 자체의 살균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경험 속에서 찾아낸 과학슬기였으며 환경보호의 의미도 지닌 것이었다. 이렇듯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소홀히 할 수 있는 부엌에는 물리, 화학, 환경,
의학 등 모든 부분의 경험으로 응집해온 슬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겨레과학의 발자취(Ⅰ)』, 국립중앙과학관, 1994
■우리 선조들의 난방특허 - 온돌 우리 조상들은 이미 수 천년전 구들을 발명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이 구들을 사용할 무렵 일본에서는 ‘이로리’라고 하여 방바닥 한복판에 사각형으로 구덩을 파고 나뭇가지를 태워 난방을 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실내에서 직접 장작을 피워 추위를 모면했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구들문화는 상당히 수준 높은 방한 양식이다. 옛날에는 솔가지, 섶 나무, 나무뿌리, 낙엽, 잡초 등 노력만 하면 땔감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연료비 걱정은 전혀 없었다.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로운 모습이다. 거기다가 구들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는 구들돌이나 황토라서 자연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다. 구들돌은 구들방의 고래를 덮는 넓적한 돌을 말하는데 구조가 단단하고 넓적한 돌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산비탈에서 캐어 썼다. 이처럼 구들돌 하나 하나도 절대로 아무 것이나 쓰지 않는 정성을 쏟았으니 작은 돌 하나에도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두툼한 구들짝은 방바닥 아랫목에 구들 고래를 덮었고 얇은 것은 윗목을 덮었다. 두툼한 돌은 오랜 시간 동안 열을 보전하기 때문에 아랫목이 그 따스함을 오랜 시간동안 간직하게 된다. 구들돌 위에 황토를 한치정도 덮어서 평평한 바닥을 만들었고 황토에서 발생되는 원적외선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누렸다. 오늘날의 온수 순환식 난방 구들은 바닥을 시멘트로 마감하여서 황토의 우수한 자연의 기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 황토의 과학성을 인정받아 점점 황토 장판 같은 바닥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의 구들은 상당한 열 관리 지식을 보여 준다. 연기를 잘 배출하고 구들을 골고루 데우기 위해서 바람과 기후 조건을 잘 따져 아궁이와 굴뚝을 배치했다. 아랫목은 낮고 윗목은 높게 구들장을 놓고 아랫목에 두껍게 흙을 바르고 윗목은 얇게 발라 열 전도율 균형 있게 맞추었다. 이런 구들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 우리의 구들 문화는 인정을 받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의 건설시장에선 이미 우리의 온돌재료들이 유통되며 많은 선호를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선조들의 우수한 온돌 과학을 증명하는 한 단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치우과학이야기
■ 댓돌의 역할 여름철 긴 장마가 끝나고 나면 골목길에서 소독차를 만나게 된다. 나쁜 벌레로 인한 전염병 예방차원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어떠했을까? 옛날 한옥을 보면 비가 갠 뒤 처마에서 떨어진 낙숫물이 패인 자리는 꼭 기단 주위의 댓돌 앞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집안으로 빗물 따위가 튀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벌레나 습기를 막는데에도 이 기단이 훌륭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흙으로 된 기단의 유실을 막고 오래도록 형태를 보존하는 데에는 댓돌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 우리옛집 한옥 http://net-in.co.kr/isac
■ 굴 뚝 굴뚝의 크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처마를 넘지 않는다. 겨우 자신의 구실을 하는데 충실할 정도로 사치도 꾸밈도 없이 처마밑에 서 있 다. 그러나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 듯한 우리의 굴뚝 은 그저 연기만 뱉어 내도록 고안된 것은 아닌 듯 싶다. 대개의 굴뚝이 처마 밑에 있어 굴뚝에서 나온 연기는 집안을 한바퀴 감싸 돌아가게 되는데 이는 집 안팎을 소독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굴뚝하나에도 숨어 있다. 오늘날과 같이 화학약품을 써서 일부러 소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일반 서민층 가옥의 굴뚝에 비해 상류층의 가옥에 있는 굴뚝은 자신들의 능력을 엿보이게 한다. 서민들의 경우 대개 뒤칸이나 모퉁이에 가옥과 붙어 있는데 비해 양반 가옥에서의 굴뚝은 집과 멀찍이 떨어진 형태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이와는 다른 모습으로 대개 행랑채 담벼락에 위치하는 ‘가랫굴’ 이라는 굴뚝도 있다. 가랫굴은 현재 창덕궁 연경당 행랑채에 잘 보존되어 있다. ☞ 우리옛집 한옥 http://net-in.co.kr/i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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