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재료를 사용한 생활의 지혜 ■ 염 색 염색하면 환한 색상의 옷들을 연상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화학약품을 써서 만든 여러 가지 합성색소들과 화학섬유들이 패션과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 겨레의 색에 대한 정서와 우리 고유의 염색기술에 대하여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무관심한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대로 전승해 왔던 염색기술이 어느 시기엔가 염색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주변에서 사라져 버렸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이 피어나는 풀과 꽃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염색재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가치를 깨달아 계절에 맞는 색들을 자연 속에서 일구어 내었다. 염색에 대한 옛기록은 규합총서에 남아있다. 천연 염색재료로 사용한 대표적인 식물과 색소를 보면 소나무 껍질에서 붉은색을, 황련뿌리에서 짙은 노란색을, 울금뿌리에서 연노랑을, 치자 나무에서 전형적인 노란색을, 감·밤·수수에서 가을 색인 갈색계통의 색을, 그밖에도 홍화, 오미자, 쪽풀 등등 모든 자연에서 색소를 뽑아내 자연의 은은하고 맑고 친근한 아름다움을 함께 하였다. 이 천연 염색재료들은 대부분 한약재로도 쓰이며, 방부·방충성분이 있어 옷감을 오래 보존해 주는 역할까지 한다. 이러한 속성을 잘 개발한다면 현재 식품첨가물인 화학색소를 대체할 천연 식용색소로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치자는 식용색소로 예로부터 많이 사용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서를 듬뿍담고 있는 자연색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하늘빛의 쪽빛 염색과정을 살펴보면 천연염색과정에서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물성을 잘 파악하여 그에 맞는 배합과 분석기법이 뛰어난 지 놀라게 된다. 이물성파악과 배합기술, 분석기법은 현대 첨단과학으로도 확인되는 과학기술 그 자체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먼저 쪽풀을 길러내는 데 3월경에 심어 8월 중순 안개가 자욱한 꼭두 새벽에 베어내야 제 색깔을 얻게 된다. 그 뒤 쪽풀을 큰 항아리에 냇물과 함께 일주일을 꼭꼭 쟁여 썩힌다. 이때 냇물을 쓰는 이유는 냇물의 산성도가 쪽물을 우러내는데 가장 좋기 때문이다. 물의 성질까지도 경험으로 알아낸 것이다. 다음으로 물에 녹아 있는 쪽빛 색소를 끌어내는 일은 석회가 하는 일인데 석회는 조개껍질을 옹기에 넣어 1,800。C 이상의 가마불에 구워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회를 쪽풀 썩힌 물에 아주 정확한 비율로 섞어 고무래로 2시간정도 저어준다. 이 때 같은 방향으로 일정한 힘을 들여 고무래질을 해야 염색의 가장 중요한 징표가 되는 가지빛 거품(꽃거품)이 일게 된다. 만약 고무래질이 일정치 않으면 색깔이 배어나지 않게 되고 꽃거품이 일지 않으면 염색이 안되며, 석회의 배합비율이 맞지 않으면 염색을 하더라도 곧 탈색되고 만다. 꽃거품이 난지 이틀 뒤 석회가 색소를 머금고 가라앉으면 위에 분리된 물을 쏟아내고 여기에 쪽대와 콩대를 태워 만든 잿물을 정확한 비율로 섞어 두 달 가량 까딱까딱 드물게 한번씩 가끔 저어준다. 그러면 석회와 쪽물색소가 분리되는데 이를 ‘쪽이 잠에서 깨어난다’고 하고 ‘물발섯다’고 한다. 즉 ‘물발섯다’는 이야기는 염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잿물은 착색제 역할을 한다. 맑은 날 열 번 정도 계속 물을 들이고 나서 말린 다음 흐르는 냇물에 길게 늘어뜨려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말리면, 우리 겨레의 색인 쪽빛이 살아 나게 된다. 이러한 염색일을 하는 장인들을 우리는 물장이 또는 염장이라 부른다. 염색과정에서 보듯이 우리 조상들은 요즘 우리가 거들떠보지 않고 내팽 개쳐 버리는 주변의 풀, 꽃, 조개껍질, 냇물, 잿물 등의 물리·화학성질에 매우 밝았으며 그 응용기술 또한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즉 우리 겨레의 과학슬기는 자연과 어우러진 생활 속에서 얻어낸 경험의 결정체임을 다시금 확인 할 수 있다. 오늘날 화학염료와 화학옷감이 가져다주는 공해가 대단히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겨레가 개발한 건강에 좋고 공해가 없는 천연 옷감과 천연염색기술을 현대첨단기술과 접목시켜 대중화한다면 다른 나라의 어떤 기술에 못지 않은 세계기술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쪽풀을 비롯한 천연염색 재료들을 집단재배 한다면 UR에 따른 농촌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겨레과학의 발자취(Ⅰ)』, 국립중앙과학관, 1994
■ 풀 요즘 학용품을 파는 문방구에 가면 일반 풀에서부터 강력한 접착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풀들을 볼 수 있는데, 접착하는 대상의 물질에 따라 적합한 풀을 선택하여 부착을 한다. 이 풀들은 접착력이 높은 화학물질을 합성한 뒤 용제로 녹여 액체상태로 만들어 풀칠을 하였을 때 이 용제가 휘발함에 의해 굳는 화학본드류와 장기간 보존을 위하여 일반 녹말풀에 방부제를 섞어 만든 풀로 구분이 된다. 이러한 풀들은 인체에 해로운 여러 가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과 취급에 특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지금과 같은 풀이 등장하기 전에 우리 선조들은 자연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사용하여 무공해 풀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전통 풀은 풀의 원료물질에 따라 동물성과 식물성 접착제로 나누는데 대표적인 동물성 접착제로는 아교와 부레풀이 있고, 식물성 접착제로는 해초풀과 녹말풀이 있다. 아교풀은 소의 가죽을 고아 추출된 젤라틴을 응고시켜 딱딱하게 만들어 보관하며 풀로 사용하기 위해서 이 아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그릇에 넣고 물을 약간 첨가하여 끓이면 액체상태의 풀이 된다. 이 풀은 접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주로 자개나 나무를 붙일 때 많이 사용하였다. 부레풀은 민어의 부레로 만든 것으로 부레를 물에 넣고 끓이면 걸쭉한 액체(주로 단백질 성분으로 구성)가 되는데, 이 액체를 응고시키면 부드러운 고체가 된다. 이것을 다시 물을 넣고 끓여 풀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나무의 접착에는 우수한 접착력을 보여 주로 활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습기가 많은 경우 접착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해초풀은 도박이라는 해초를 끓여 만드는데, 접착제 중에서 접착력이 가장 약하다. 그러나 한지를 제작할 때 닥섬유를 접착하는 데는 우수한 성질을 나타내며 접착된 한지가 서로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황촉규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녹말풀은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접착제로 먹고 남은 밥에 물을 넣고 끓여 풀을 쑤게 된다. 이 풀은 도배용이나 종이를 서로 붙이는데 사용하기도 하며 옷에 풀을 먹일 때에도 사용되는 다용도 풀이었다. 식물성 접착제는 동물성 접착제에 비하여 접착력은 떨어지지만 그다지 큰 접착력을
필요로 하지 않은 경우 재료를 구하기 쉽고 풀을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었다. 접착력을 나타내는 물질도 동물성과 식물성 접착제가 다른데 동물성은
주로 단백질이 접착력을 나타내며, 식물성은 당류가 주종을 이룬다. ☞ 『겨레과학의 발자취(Ⅱ)』, 국립중앙과학관, 1996
■ 옻 칠 옻칠은 일찍이 서양에서 볼 수 없는 동양특유의 도료로서, 옻의 독기는 인체의 병을 없애 주고 발생하는 갖가지 질병을 다스려 무병 장수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옻나무를 이용한 생활용품을 애용해 왔다. 선사시대부터 생활도구나 무기류, 농기구 등을 만드는데 나무가 널리 이용되었으나 나무는 만들고 쓰는 과정에서 갈라지고 터지는 등의 결함이 나타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 도료로써 옻칠이 발달함에 따라 방수효과 및 내열성이 강한 옻칠을 사용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무로 만든 생활도구나 무기류 등에 옻칠을 칠하면 표면에 견고하고 단단한 막을 형성할 뿐 아니라 광택이 나고 오랫동안 사용하여도 변하지 않아 목기류의 보존 및 내구성이 우수한 천연도료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동양에서는 4,000년 전부터 칠기문화가 발전하게 되었고 단순한 생활도구 뿐 아니라 각종 예술품, 금속이나 목공도장용, 칠기류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 선조들이 오랜 전부터 사용한 옻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도료로서 공해물질을 전혀 만들어 내지 않는다. 옻칠을 칠하는데 용제로 사용되는 것은 페인트에 사용되는 신나와는 전혀 다른 천연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칠조건도 훨씬 양호하다. 옻칠은 에너지적으로 매우 안정한 상태로 존재하고 외부 습도의 변화에 따라 흡수 또는 방출을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옻도막과 금속과의 부착력이 우수하여 환경조건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석 결과 밝혀졌다. 또한 옻칠은 산(酸)이나 알카리에 녹지 않으며 내염성, 내열성, 방수, 방부, 방충, 절연의 효과가 뛰어난 내구성 물질로 가구, 칠기, 공예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옻도막의 우수한 성질 때문에 해저 케이블선, 선박, 비행기, 각종 기기 등 무공해 산업도료로 이용 범위가 확대 적용될 수 있다. 국보 32호인 팔만대장경에서 옻칠의 이러한 특성을 찾을 수 있다. 팔만대장경이 7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훼손되지 않고 경판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옻칠의 내구성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팔만대장경의 목각판 표면에 진한 먹을 바르고 그 위에 목각판이 썩지 않게 옻칠을
두 세 차례 칠해 700년 동안 목판의 부식을 막아왔던 것이다. 대장경 목각판 위에
한 옻칠은 생칠이라고 하여 옻나무에서 직접 채취한 수액인데, 말 그대로 어떠한
가공이나 약품처리를 하지 않아 칠을 영구히 보존하는데 이용되는 것이다. 나전칠기에 이용되는 옻칠이 생칠, 즉 생옻나무인 반면 약용으로 이용되는 옻나무는 건칠(乾漆), 즉 마른 옻나무이다. 봄에 옻나무의 어린 싹을 칠순채라 하여 데쳐서 나물로 사용하는데 강장과 위장, 어혈, 부인병, 구충 등 민간약으로 중요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에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 옻나무과 붉나무의 열매인 오배자에서 폐암, 난소암, 피부암 등의 암세포 성장을 억제해주는 항암물질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실제로 한의학계에서도 옻나무는 복강 내의 종양성 질환에 특효가 있으며, 난소나 자궁에 종양이 생겼을 때와 위암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옻칠은 공예품이나 약용 등에 쓰이는 단순 재료가 아닌 우리겨레의 과학성과 실용성이 담긴 훌륭한 천연도료이다. ☞ 1. 『겨레과학의 발자취(Ⅱ)』, 국립중앙과학관, 1996
■ 계피 : 천연방부제 우리들이 즐겨 먹는 수정과에는 계피가 들어 있다. 우리 선조들이 수정과 속에 계피를 넣은 이유는 식생활의 향신료로서 사용한 것이지 방부제 역할을 바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계피(桂皮)는 계수(桂樹)나무의 얇은 껍질로서 줄기 및 가지의 껍질을 벗기고 코르크 등을 다소 제거하여 말린 것이다. 반관 모양 또는 관 모양으로 말린 어두운 갈색 내지 회갈색인 것과 남아 있는 코르크피에 지의(地依)가 붙어서 회백색을 띠는 것도 있다. 독특한 향기가 있으며, 맛은 조금 떫으나 달고, 점액성을 가지고 있는데 되도록 달고 맵지 않은 것이 좋다. 두텁고 향기가 적은 것이나 점액성이 현저한 것 등은 좋지 않다. 계피는 음식물을 장기간 보존할 때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계피속에 계피 알데히드가 있어 매운맛과 독특한 향을 나게 하며 아울러 방부제의 역할을 한다. 계피가 모든 식품에 효과적으로 방부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방부효과가 나타나는 식품은 식혜, 수정과, 호박, 김치, 송편 등이고 계피를 사용할 경우 방부효과는 좋겠지만 맛으로 느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므로 적당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 국립중앙과학관
■ 솔잎향 향은 원래 악취를 없애고 해로운 균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 주위 환경을 정결하게 하기 위해 사용 되었다. 이와같은 기능을 하는 전통 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나무의 솔잎이 그 가운데 가장 으뜸이다. 다른 어떤 향보다 솔잎에서 나는 향이 탁월한 살균작용을 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초여름에 일년생 솔잎을 뜯어 기름을 짜서 집안에 뿌리는 향료로 썼다. 이 솔잎향을 집안에 뿌리면 공기가 맑아지고 신선한 느낌을 줬다고 한다. 또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송편을 찔 때면 솔잎을 넣었다. 송편의 ‘송’자가 소나무의 송(松)으로 시작되는 것도 솔잎을 넣고 찌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송편에 향긋한 솔잎향을 배게 하여 맛깔을 더해보려는 지혜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솔잎 송편에는 더 깊은 과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가지 살균물질을 발산하는데, 이 살균물질은 과학적인 용어로 피톤치드(Fitontsid) 라고 부른다. 피톤치드는 공기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해충, 잡초 등이 식물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며 아울러 인간에게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기도 한다. 백일해에 걸린 환자들의 병실바닥에 전나무 잎을 흩어놓으면 공기중의 세균량이 10분의 1까지 감소된다는 보고가 나왔고, 결핵균이나 대장균이 섞여 있는 물방울 옆에 상수리나무의 신선한 잎을 가져다 놓았더니 몇 분 후 이 세균이 모두 죽어버렸다고 한다. 솔잎에서 피톤치드를 빨아들인 송편은 세균이 접근하지 못해 오래도록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피톤치드의 지혜를 이용한 것은 송편뿐이 아니다. 싱싱함을 보존하기
위해 생선회를 무채 위에 담았던 것도 마찬가지고 구더기를 없애려고 화장실에 할미꽃
뿌리나 쑥을 걸어두었던 것도, 바퀴벌레를 쫓기 위해 은행나무 잎을 집안 구석 구석에
두었던 것도 모두 피톤치드를 이용한 지혜였던 것이다. 테르펜은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고 성격을 안정시키며, 또 내분비를 촉진하고 감각계통을 조정하여 정신집중에 좋아 ‘숲 속의 보약’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환자들의 요양소가 대부분 숲 속이나 숲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다. ☞ 1. 치우과학이야기 http://www.chiwoo.net/focus/science/index.html
■ 숯 :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하나로 숯과 인간의 관계는 인류가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숯은 다양하게 이용 되어 왔다. 숯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간장독에 빨간 고추와 같이 담가 간장의 변질을 막고 맛을 좋게 했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해인사 경판전에 곰팡이나 거미줄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석굴암이 천년의 역사를 호젓이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땅 속에 묻힌 숯의 힘 덕분이라고 한다. 또한 숯 굽는 과정에서 수증기와 같이 나오는 연기 속에는 200여종의 유기산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자연의 소중한 자재인
목초액이 얻어진다. 과학이 발달되기 전에는 이 연기를 그대로 공중으로 날려보냈으나
첨단 과학의 발달로 우리 생활에 아주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숯을 깐 우물 맛은 꿀맛 못지 않은 단맛이 났다. 숯 속에 들어있는 미네랄 때문에 물맛이 좋았으며 숯에 있는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물 속에 있는 더러운 물질을 빨아들여 물이 자연히 깨끗해졌다. 정수기가 따로 필요 없는 것이다. 숯을 우물 바닥에 까는 것은 정수기능 뿐 아니라 물을 썩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숯은 또 공기청정기 역할도 한다. 공기 중에는 산소, 수소, 탄소, 질소 등 여러 가지 원소가 있는데 양전기를 가진 것이 많아지면 공기가 나빠져 건강에 해롭다. 숯은 이들 양전기를 중화시켜주는 음이온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숯덩이를 방안에 두면 공기가 맑아진다. 컴퓨터나 텔레비전 같이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것 옆에 두게되면 전자파를 흡수하며, 숯의 수많은 구멍이 온갖 냄새와 세균을 다 빨아들이기 때문에 신발장, 냉장고, 화장실 등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 1. 황훈영,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과학적으로 살았을까』, 청년사,
1999
■ 봉숭아 꽃잎은 왜 손톱에 물이 들까? 옛날 아녀자들이 5월이 되면 봉숭아의 꽃과 잎을 섞어 찧은 다음 백반, 소금 등을 넣어 손톱에 묶어 빨갛게 물들이는 풍속은 오행설에 적(赤)이 사귀(邪鬼)를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며, 근래에는 소녀들이 첫눈이 올 때까지 물들인 빨간 손톱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곤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서양의 매니큐어가 봉숭아물들이기를 밀어내 버렸다. 봉숭아는 적색, 백색, 분홍색, 자주색의 4가지 종류가 있다. 종래에는 유색봉숭아만을 물을 들이는데 사용하였으나 백색봉숭아도 손톱에 물이 잘 들며 밤새도록 묶어 놓지 않아도 2시간 이상이면 손쉽게 물을 들일 수 있다. 또한 백반을 혼합하면 손톱에 물들이는 시간을 단축시키며 연한색으로 물을 들일 수 있다. 봉숭아물(색소)은 냉동하지 않으면 오래 보관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봉숭아 꽃잎과 백반을 잘 짓찧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봉숭아물은 1년 동안 언제든지 손톱에 물들일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이 매니큐어를 손톱표면에 바를 경우 그 때문에 산소가 손톱을 통과하지 못하여 손톱 색이 하얗게 되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봉숭아물은 손톱이 숨을 쉴 수 있어 건강 면에서도 효과적이므로 봉숭아 즙을 발라 손톱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미를 추구하는 방법에서도 자연 속에서 인체에 해롭지 않은 재료를 구하였다. ☞ 국립중앙과학관
■ 민간요법 개똥의 약효는? 사람의 똥·오줌도 약으로 쓰인다. 인체의 분비물에는 병을 다스리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타박상이 오래 되어서 시퍼렇다 못해 누렇게 변할 때 발랐다. 오줌도 혈액을 보강해주고 맑게 해주는 약효가 있어 한때 공원이나 터미널 등 공공장소에 가면 흰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줌통을 볼 수 있었다. 제약회사에서 알부민의 재료를 얻기 위해 갖다둔 것이었다. 옛날에는 ‘동뇨(童尿)’라고 해서 어린아이의 오줌을 받아서 약에 썼다. 반대로 오줌이 안나올 때는 민간요법으로 수박이나 참외를 먹거나 옥수수 수염을 삶아 먹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겁을 할 것이다. 참으로 더럽다고 여겼던 것이 다 약으로 쓰인 것이다. 밀씻개란 화장지를 가리키는 옛말로 종이가 귀한 시절에는 기껏해야 부드러운 짚이나 풀잎사귀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그것도 약으로 쓰였는데 잠잘 때 이를 심하게 가는 사람에게 더 없는 양약(良藥)으로, 그것을 몰래 입에 물려주면 이를 갈지 않는다고 한다. 상상을 해보라. 아마도 다시는 이를 갈 수가 없을 것이다. 된 장 그밖에 가벼운 화상에 된장을 바르면 물집이 생기지 않고 빨리 낫고 치통이 있을때도 아픈 이에 된장을 바른 뒤 물고 있으면 통증이 가신다. 담배를 많이 피워 두통이 날때도 날된장을 먹었다. 지금처럼 소화제를 구하기가 쉽지 않던 옛날에는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는 어김없이 된장을 먹었다. 된장은 식욕을 돋우는 음식인 동시에 소화력이 뛰어나 음식을 먹을 때 된장과 함께 먹으면 체할 염려가 없었다. 또 토하면서 설사를 일으킬때도 된장을 먹었고, 변비에도 된장이 신기하게도 약효를 발휘했다. 이렇게 전해오는 민간요법이 어찌 된장뿐이겠는가. 쓰임새가 모두 다르고 효과도 천차만별 예를 들어 칡뿌리는 새싹이 돋기 전 봄에 채취해야 하며, 패랭이꽃과 약쑥은 초여름에 수확해야 한다. 참외꼭지는 여름이 적기이고 아가위와 모과는 가을에 채취해야 한다. 제철에 나서 가장 잘 여물었을때가 가장 좋은 약이 된다. 약을 달일 때는 곱돌솥이나 오지 약탕기를 써야 약효가 난다.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용기는 달이는 동안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당연히 약효가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약효 성분 가운데 탄닌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인삼, 도라지, 잔대, 더덕 등은 철기와 접촉하면 쉽게 썩는 수도 있다.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이같은 민간요법은 자연히 뒷방 신세로 전락해 갔다. 과학적이지 못하다, 비위생적이다, 돌팔이다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았을 때 개똥을 약으로 쓴다든지, 지렁이를 고아 먹는다는 것은 비위가 좋지 않는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 조상들이 이런 민간요법으로 병이 낫고 건강하게 살았다는 데는 할 말이 없다. 오히려 합성 의약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 약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약물중독으로 인한 피해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때문인지 민간요법이 ‘신통하다’는 말로 포장되어 과대 선전되는 경우도 있다. 민간요법을 권하면서 무슨 병이든 씻은 듯이 낫는다고 떠들어대는 사기꾼이 많다. 민간요법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풀 한포기, 이파리 하나하나 제각각 쓰임새가 다르고, 효과도 천차만별이다. 우리 조상들의 이런 경험의학이 쌓이고 쌓여 조선시대에는 《동의보감》 《동의수세보원》이라는 세계 최고의 의학책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합성의약품으로 인한 약물중독은 물론이고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생각한다면 우리 선조들의 민간요법은 과학적이며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 1. 황훈형,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과학적으로 살았을까』, 청년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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