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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0114]을숙도 철새도래지 ‘마지막 방어선’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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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2,858
    • 등록일자 : 2004.01.14
  • 부산시, 7년 논란끝 ‘명지대교’짓기로
    낙동강 습지대 개발사업에 완전 ‘포위’

    을숙도를 포함한 낙동강 하구의 마지막 습지대가 갖가지 개발사업에 ‘포위’당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동양최대 명성 이미 잃어


    ■ 명지대교 7년 만에 전격 ‘협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03년 마지막날인 12월31일 을숙도 철새도래지를 통과하는 명지대교건설사업의 사전환경성 검토에 대한 협의 결과를 전격 통보했다. 이어 부산시는 새해초 조만간 기공식을 거쳐 오는 6월부터 공사에 착공, 2008년 명지대교를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산경제의 성장동력인 녹산국가산업단지와 신호지방산업단지의 물류와 인근 명지주거단지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부산시와 ‘마지막 남은 철새 보호구역이자 문화재보호구역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환경단체 사이의 7년에 걸친 논란이 또한번 ‘개발주의’의 승리로 결론이 난 셈이다.

    부산시는 명지대교의 건설로 부산신항~녹산·신호 공단~명지대교~남항대교~북항대교~광안대로~경부고속도로를 이어지는 순환도로망이 완성돼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의 주진입로 물류가 원활해지고 녹산·신호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2만5천여명의 출퇴근 교통난이 해소되는 등 막대한 개발 혜택이 기대된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한겨레>의 을숙도 현장 답사 당시까지만해도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던 정도영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이미 전체적인 개발사업이 진행된 상황에서 개별 사업 하나만을 제지할 수 없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환경청은, 노선을 을숙도 철새도래지 북쪽 상부에 자리한 수로 경계선에서 100m 이상 북쪽으로 우회시켜 조류보호와 공사중 수로 영향을 최소화할 것과, 명지주거단지의 바닷가쪽 아파트는 5~10층(동쪽 해안에서 400m, 남쪽 해안에서 300m 이내 구역)의 저층으로 제한해 야간 불빛 등에 의한 새들의 영향을 줄일 것을 요구해놓았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명지대교의 건설 허가는 지난 1987년 낙동강 하구둑 완공으로 불붙기 시작한 하구 개발사업의 마지막 저지선을 무너뜨림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 5대 개펄이자 국제적인 습지의 파괴국으로 오명을 얻게 됐다”며 개탄하고 있다.




    “생태공원 이름빌린 유원지”


    ■ 끊임없는 개발사업의 압력=
    실제로 낙동강 하구둑 완공 이후 강변과 해안 개펄 330㏊가 매립돼 을숙도 남단을 뺀 모든 지역에 공단과 주거단지, 유원지 등이 들어서 있다. 그나마 남은 을숙도 남단의 육지부에는 압축쓰레기처리장과 분뇨처리장, 군작전도로 등이 자리해 끝없이 펼쳐지던 갈대숲의 정취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을숙도 일대는 애초 지난 66년 109㎢가 문화재보호구역(철새도래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비롯 모두 5개 법으로 125㎢를 중복지정해 정부가 절대 보호를 약속한 지역이었다. 82년 환경부는 을숙도와 주변 개펄 129㎢를 연안오염특별관리구역으로 정한 데 이어 89년 이 가운데 34㎢를 자연생태계보전지역과 99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선포했으며, 88년 건설교통부는 64㎢를 자연환경보호구역으로 묶어놓았다.

    그러나 부산시의 서부산권 개발계획과 부산신항만 건설 등을 위해 전체 보호면적의 23%(28.8㎢)가 해제됐거나 될 예정이다. 하구둑이 을숙도를 육지와 연결시키며 두 동강내는 바람에 단일 개체수의 규모로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명성을 이미 잃었다.

    그럼에도 을숙도 남단 개펄에는 여전히 18종의 천연기념물 조류를 포함한 50여종 2만마리 이상의 물새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국제습지기준(람사기준)를 충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부산녹색연합 습지와새들의친구 등 30개 시민·환경단체로 결성된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는 자체 조사에서, 고니 3천마리를 비롯 재두루미 흑두루미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개리 원앙 흰꼬리수리 참수리 검독수리 독수리 새매 잿빛개구리매 개구리매 매 황조롱이 검은머리물떼새 쇠부엉이 등 천연기념물 조류만 18종이었다고 보고했다. 아비 물수리 조롱이 말똥가리 흰죽지수리 큰기러기 가창오리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고대갈매기 등 환경부 지정 보호종들도 확인됐다.



    △  을숙도 남단에 마지막 남은 갈대숲 사이에서 고니와 오리떼들이 인적과 소음을 피해 조용히 쉬고 있다.


    지난달 하순 부산녹색연합과 <한겨레>의 을숙도 남단의 유일한 미개발지역인 명금머리개펄에서는 큰고니 고니 청둥오리 등 수백마리의 철새들이 동쪽 사하구와 서쪽 명지주거단지의 콘크리트건물숲 사이에 고립된 듯 불안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하구둑 너머 북쪽, 사상공단 건너편에 펼쳐진 염막지구의 무논에서는 태풍 매미로 물에 잠겨 수확을 하지 못한 덕분에 수만마리의 오리류들이 몰려 포식을 하고 있었고, 기러기와 두루미떼의 군무도 드문드문 이어졌다.

    부산시는 명지대교 건설과는 별개로 2001년부터 친환경적 낙동강 고수부지 정비사업 등을 추진하다 지난해초 30여명으로 구성된 낙동강환경조성사업단을 발족시켜 오는 2006년까지 1천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낙동강 둔치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락 염막 화명 대저지구 등 4개 둔치 338만평을 이용·완충·보존지역으로 구분해 갖가지 토목과 조경공사를 벌이는 것이다. 철새들이 먹이공급지이자 휴식지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사업단은 부산시 문화관광부 환경부가 공동 지원하는 을숙도 생태공원 조성사업도 벌이고 있는데, 예정된 37만7천여평은 낙동강 하구둑과 1.5㎞ 거리를 두고 들어설 명지대교 사이의 공간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두 다리와 자동차들이 ‘주빈’인 새들의 접근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극장, 엑스게임, 스포츠파크 등 각종 위락시설까지 들어설 계획이어서 생태공원의 이름을 빌린 유원지개발사업”이라며 반발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산시는 총선 분위기를 엎고 그동안 환경파괴 논란 등으로 지연돼온 개발사업들을 올 상반기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다지고 있다. 삼락대교 사상대교 엄궁대교 등 3개 다리 건설, 서낙동강권 정비, 신항만건설과 눌차만매립, 녹산폐기물 매립예정지 매립과 녹산공단 방파제 건설 등 한결같이 하구 습지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내용들이다. 특히 신공항 건설 후보지 3곳 가운데 2곳은 낙동강 하구이고 나머지는 창원 주남저수지 주변 평야지대로 알려져 어디로 결정되든 철새들은 보금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다.



    △  겨울 을숙도의 터줏대감인 고니들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을숙도 남단을 관통하는 명지대교 건설과 동시에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설 명지주거단지가 바다 건너 멀리 희뿌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철새들을 지키기 위한 하구 생태계보전 시도는 미약하기 그지 없다. 부산시는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명지대교 우회노선안의 수용 조건으로 약속한 낙동강하구관리 기본조례를 지난해 제정하긴 했으나 시행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당장 문화재보호구역이자 생태계보전구역인 을숙도 남단에 감시원 한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부산시가 개별사업으로 협의를 요청한 4개 둔지지구 사업에 대해 최대한 생태계 피해를 줄이도록 환경영향평가를 동시에 시행할 방침이지만, 하구 습지보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을숙도 남단 개발 허가권을 갖고 있는 문화재청은 지난해 환경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하구 철새도래지 생태조사를 하기로 했으나, 부산시에 용역을 맡김으로써 결국 ‘명지대교 직선노선안’에 동의했던 한 지역 대학교수가 조사를 진행중이다.

    염막지구 무논 사이의 수로에서 동력선을 타고 붕어잡이를 하던 한 농민은 “농민회원 100여명이 겨울이면 시금치나 보리를 심어 새들과 대대로 사이좋게 지내왔는데 2001년부터 부산시가 둔치정비를 한다며 퇴출명령을 내렸다”며, “제발 지금처럼 농사를 계속 짓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낙동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는 이번주 환경부 문화재청 부산시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을 명지대교 사전환경성 협의에 대한 항의와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문화재구역 형상변경 등 허가절차단계에서 재검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한 데 이어 26일 을숙도에서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다. 또 다음달 1일 을숙도철새공화국 수비대 발대식을 열어 자체적인 감시활동에 나서며 3월 국제심포지엄을 마련해 세계적인 습지보호단체들과 연대운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사무국장인 김은정(부산녹색연합)씨는 “을숙도를 포함한 낙동강 하구는 국제적인 보전가치를 지닌 습지인데도 지방자치제 이후 부산시에 관리와 개발의 전권이 주어져, 지역 연고가 있는 특정 재벌과 유착된 비리사건으로 민선시장이 구속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전세계와 후손들에게 더이상 부끄러운 짓이 자행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서 특단의 보전대책을 강구해야 때”라고 제안했다.

    부산 을숙도/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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