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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0219][환경이 건강이다] <2> 대기오염에 숨막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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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1,798
    • 등록일자 : 2004.02.18
  • 초·중학생 10명중 1명 천식 앓아
    환절기엔 마스크·약 달고 생활
    대기오염 배출 車가 85% 차지

    옅은 겨울 황사가 드리운 17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2층 아동진료센터. 엄마 손을 잡고 소아과를 찾은 명진(5)이는 진료를 기다리는 내내 연신 기침을 해댔다. 3세부터 천식을 앓고 있다는 명진이는 최근 들어 소아알레르기 증세까지 보여 발갛게 두드러기가 난 목덜미에 자주 손이 갔다.

    어머니 박민정(33)씨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더 심해 가슴을 움켜쥔 채 토하듯 기침을 하고 눈도 가려워 한다”며 “마스크와 약을 달고 산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개봉동에 사는 박씨는 “아침에 청소한 거실 바닥을 저녁에 다시 훔쳐도 걸레가 새까맣다”며 “창문을 열어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든다”고 했다.

    명진이를 진료한 소아과 손명현 교수는 “어린이와 영ㆍ유아들의 호흡기 질환 유병률이 5년 전보다 2~3%나 증가해 최근 10%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1,000명 중 10명은 천식과 기관지염, 알레르기 등을 앓는다는 얘기다.

    손 교수는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아이들이 뛰노는 바깥 공기가 나빠지고, 아파트 생활 등으로 실내 오염이 가중되면서 소아 호흡기질환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신촌로터리에 설치된 서울시 환경오염 전광판의 미세먼지 농도는 148㎍/㎥까지 가파르게 올라가 하루평균 환경기준치 150㎍/㎥에 육박하고 있었다.

    대기 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다. 어른보다 몸집은 작지만 단위 체중당 호흡량은 50%나 많아 같은 공기를 들이마셔도 몸에 들어오는 오염물질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가 2000년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 4만4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13%, 중학생의 12.8%가 천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 사는 어린이일수록 천식이 더 악화되고 감기, 기관지염 등에도 자주 걸렸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이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서 영아의 사망을 늘리고 폐 발달을 저해, 나이가 들어서도 폐렴이나 기관지염에 잘 걸려 조기 사망으로 연결된다는 충격적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최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에 의뢰, 조사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대기 중 미세먼지와 아황산가스(SO2), 일산화탄소(CO) 등으로 인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1,127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구팀은 그 근거로 미세먼지 농도가 1만150㎍/㎥ 증가할 경우 25∼30세 인구의 잔여수명이 51.32년에서 50.21년으로 줄어든다는 네덜란드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권오상 박사는 “대기오염에 의한 조기 사망자 수는 실증되지 않은 추정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기오염이 어느 정도 피해를 주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호흡기 질환은 1980년대 이후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급증해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영현 연구원팀이 이달 초 내놓은 국내 대기오염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기오염배출량의 42.2%가 자동차로부터 나왔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자동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비중이 85%에 달했다.

    10여년 전인 1992년 자동차의 오염물질 배출 비중이 60.8%였던 것에 비하면 그 증가세를 짐작할 수 있다. 공장들이 수도권과 지방으로 모두 이전한 대신 차들만 도로에 빼곡히 들어찼기 때문이다. 광주(85%) 대전(78%) 대구(72%) 경기(60%) 등에서도 자동차가 대기오염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자동차 가운데서도 경유(디젤)차는 ‘대기오염 공장’으로 불릴 만큼 도시 공기를 나쁘게 한다. 시커먼 경유차 배기가스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는 사람이 숨쉴 때 몸 속에 들어가 기관지염이나 폐렴, 심하면 폐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그런 경유차가 연료비가 적게 든다는 점과 레저용 스포츠유틸리치차량(SUV) 인기 붐을 타고 급증해 지난해 전체 등록차량 132만4,027대 중 49.8%를 차지했다. 지난해 도로에 쏟아져 나온 차량의 절반이 경유차인 셈이다. 2000년 경유차 비중이 33.1%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할 때 3년 사이 16.7% 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대기 순환이 잘 된다는 미국의 경유차 비중이 3%에 지나지 않고 일본(19%)과 독일(18%)도 우리나라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기 흐름도 좋지 않은 건물 밀집지역에서의 경유차 증가는 도시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대기오염을 몸으로 느끼는 교통경찰은 여름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도로변 상인들은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뒤로 돌리고 숨을 참는다. 국립경찰병원 호흡기내과 박상준 과장은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경찰관이 갈수록 늘어 안타깝다”며 “기관지가 약한 경우 고통이 더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은 정자의 운동성도 떨어뜨린다. 삼성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는 서울 시내 대로변에서 6년 이상 장사를 해온 상인 31명과 일반 사무직 종사자 89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정자의 운동성이 세계보건기구(WHO) 정상 기준인 ‘50% 이상’에 못미치는 경우가 상인군은 9명(29%)인데 비해 사무직 종사자군은 4명(4%)으로 상인쪽이 두드러지게 높았다고 밝혔다. 정자의 운동성이 50% 이상이라는 것은 정자 100개 중 50개 이상이 활동성이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기술력이 좋아져 유해 배기가스 배출이 적다”고 우기지만 지금도 카니발 같은 몇몇 차종은 리콜을 할 정도로 배기가스 배출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립환경연구원 엄명도 자동차공해연구소장은 “경유차는 운행 초기 성능이 좋을 때는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보증수리 기간이 지나 차량이 노후화되면 엄청난 공해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2005년부터 아예 경유 승용차 판매까지 허용할 계획이다.

    김호섭 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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