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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0218]밤섬은 그래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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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1,800
    • 등록일자 : 2004.02.18
  • 한강에 떠 있는 무인도, 밤섬을 지날 때마다 도시문명에 익숙해진 서울시민들은 낮선 호기심을 느끼곤 한다.

    “저 섬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특히 지난 1996년 12월 환경파괴 우려 속에 서강대교와 강변북로 도시고속도로 개통 이래 한강 본류에서 하나뿐인 철새도래지인 밤섬의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자연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99년 밤섬을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서울시는 2001년 7월부터 3년간 경희대 조류연구소에 의뢰해 ‘생태변화 관찰과 관리대책’ 연구를 진행중이다. 아직 최종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겨울철새를 비롯한 조류 모니터링과 식물상 조사 결과들은 상당한 변화와 함께 효율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2004년 2월12일의 밤섬

    원로 조류학자 원병오 박사(경희대 명예교수)와 서울시 의뢰로 식물상 조사를 하고 있는 김재근 교수(서울대 사범대)와 함께 한강시민공원사업소의 안내를 받아 2시간에 걸쳐 답사를 했다.

    특히 서강대교 공사 재개 이전인 지난 91년 7월(<한겨레> ‘이곳만은 지키자’)과 공사가 한창이던 95년 6월 현장을 답사했던 원 박사는 “밤섬의 대표적인 텃새인 흰뺨검둥오리가 잘 눈에 띄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겨울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 같다”며 자동차 소음과 야간 불빛 등 우려한대로 서강대교와 강변북로 확장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날 섬 내부와 서강대교의 철새조망대에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었던 조류는 대부분 청둥오리떼였고 개체수 역시 1천여마리를 넘지 않았다. 천연기념물인 말똥가리 한마리가 높이 날아다니고 덤불 속에 숨어있던 꿩들이 가끔 인적에 놀라 달아나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수천마리 새떼의 장관은 볼 수가 없었다. 서강대교가 관통하는 아랫섬에서는 다리만이 아니라 강변북로를 지나는 자동차 소음이 귀가 울릴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다리 양편 난관에 1.5m 높이의 투명 아크릴판으로 쳐놓은 방음벽만으로는 밤낮없이 오가는 수십만대의 울임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교각 주변에는 별다른 식물도 자라지 않아 다리가 아랫섬의 식생을 단절시키고 있었다.

    고사한 버드나무 가지에는 버섯들이 제법 피어나 있었고, 아랫섬과 윗섬을 가르고 있는 좁은 수로 주변의 고운 모래톱 위에는 새들의 발자국과 함께 겨울잠이 든 붉은귀거북과 말조개 재첩의 껍질들이 뒹굴었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때 대홍수로 섬이 침수된 뒤 연인원 1840명의 군인들을 동원해 4톤트럭 46대분(185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고 있다지만 섬 구석구석에는 비닐 깡통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박혀있기도 했다.

    달라진 섬의 생태적 기능

    최근 3년간 조사된 조류 종류를 보면, 2001~2002년 1차 조사 때 21과 43종 1만700여마리에서 2002~2003년 2차에는 25과 60종 1만1400여마리로 종과 함께 개체수가 크게 증가했다. 가장 우점종은 흰죽지였으며 청둥오리,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가을부터는 청둥오리가 크게 늘어나 물새류(오리류)들이 월동을 위해 남하해 밤섬을 통과하거나 머물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겨울철새만을 보면, 서강대교 개통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91년과 95년 조사 기록에서는 27종 1만여마리로 별 변화가 없었으나 96년 26종 9천여마리, 97년 24종 5천~6천여마리, 98년 25종 3400여마리, 2001년 22종 5300여마리, 2002년 21종 4480여마리 등이다.

    연구 책임자인 유정칠 교수(경희대 조류연구소장)은 “이런 현상은 밤섬이 새들의 고정적인 서식지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번식지나 월동을 위한 휴식처나 중간기착지로 기능이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대부분의 겨울철새들이 낮에는 밤섬에서 휴식을 하고 밤에는 인근 안양천과 같은 한강지류로 먹이를 구하러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년전 서강대교 가로질렀으나
    퇴적 늘어 섬크기 거의 2배로
    오가는 새 60종으로 늘어
    하지만 겨울철새는 절반으로 뚝…
    방음벽 보강 필요

    원 박사는 “9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한강수질관리정책으로 오염이 심했던 한강 지류의 물이 맑아지면서 새들이 밤섬의 소음 등을 피해 분산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경희대 연구팀이 미사리부터 행주대교까지 한강본류 5개 지점에서 조사한 결과 모두 49종 3만275개체가 관찰된 가운데 지역마다 우점종에 차이가 있었다. 행주대교 일대 하구에는 31종 1만1600여마리로 종과 개체수가 가장 많았는데, 지난주 <한겨레>와 원 박사의 답사에서도 일산대교와 행주대교 사이의 모래톱에서 큰기러기 황오리 등의 큰무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이 밤섬으로 29종 6793개체였는데 천연기념물인 원앙 흰꼬리수리 새매 말똥가리 큰말똥가리 등도 관찰됐다. 미사리에서는 28종 4771마리 가운데 흰뺨검둥오리와 비오리가 특히 많았고, 중량천에는 20종 5088마리 중에 고방오리 댕기흰죽지 등이 다른 곳보다 많았다. 광나루에는 12종 2018개체로 가장 적었다.

    식물상을 조사하고 있는 김 교수는 “환삼덩굴과 가시박,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은 버드나무군락 등 식물상의 변화가 서식 조류의 종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2~2003년 조사에서 모두 41과 147종의 식물이 서식해 지난 99년의 52과 189종에 비해 줄었다. 그러나 3~4년 주기의 홍수로인해 습지나 수생식물들이 번성과 절멸을 되풀이하는 특수한 조건을 감안할 때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다만, 94년 이후 번성하고 있는 환삼덩굴로인해 텃새인 흰뺨검둥오리를 비롯해 개개비 개똥지빠귀 등 풀섶에 주로 알을 낳는 새들의 번식공간이 줄어든 반면, 모래 퇴적층이 높아지면서 섬 외곽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버드나무에는 여름새인 해오라기의 둥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섬의 지형

    애초 300여만평에서 지난 68년 당시 김현욱 서울시장이 여의도개발을 위해 폭파시키는 바람에 거의 사라졌던 섬은 35년에 걸친 퇴적작용의 결과 현재 7만3100평으로 다시 늘어났다. 86년 4만3천여평, 98년 4만7천여평에 비춰 점차 퇴적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대한지적공사의 측정자료일 뿐 섬의 지형과 지질 변화에 대한 연구는 시도된 적이 없다. 현재 진행중인 서울시의 용역연구에서도 총예산이 4500만원에 불과해 조류와 식생 조사만 겨우 하고 있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 상공에서 내려다본 밤섬의 전경. 서강대교가 아랫밤섬을 가로지르며 양분하고 있고 강물을 경계로 윗밤섬과 나뉘어 있다. 그 위로 마포대교가 보인다.

    시급한 관리 대책

    원 박사는 “버드나무나 환삼덩굴, 가시박 등 특정 식물이 지나치게 번성하게 되면 오리류 등 다양한 새들의 번식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적절한 규모로 조절을 해줄 것, 강변북로에도 방음벽을 쌓고 속도를 제한할 것, 서강대교 난간의 방음벽을 보강하고 제한속도감시장치(70㎞)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버드나무나 덩굴식물은 사람이 들어가 제거하기 어렵지만 물에 잠기면 자연도태되는 만큼 팔당댐의 방류량 조절 등 최대한 인위적인 간섭을 피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당장은 월동기와 번식기에 밤섬 인근 시민공원에서 폭죽놀이 연날리기 수상보트 불법낚시 등 번식방해 행위를 철저히 제한하는 한편 무인 비디오를 설치해 상시적인 생태관찰과 훼손 감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곤충 양서파충류 포유류 어류 등 종합적인 생태조사와 기후 홍수 면적 등 지속적인 변화 요인들에 대한 영향을 파악해야 정밀한 생태보전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사진 강창광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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