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 home
  • 알림마당
  • 보도·해명자료
  • 전체
전체
게시물 조회
  • [한겨레 0107]시화호 두번 죽이지 말라
    • 등록자명 :
    • 조회수 : 1,702
    • 등록일자 : 2004.01.07
  • 10년만에 또 대규모 개발사업

    정부 ‘장기종합계획안’시민단체·어민 반발


    수질오염 파문을 부른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10년만에 시화호가 또다시 대규모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시화지구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장기종합계획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어민들은 “시화호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장기종합계획안이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해 보았다.


    “간석지 3천3백만평 대부분 매립”


    지난달 31일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시화방조제 들머리에서 바라본 시화호는 안개에 잠긴 송전탑들을 배경으로 새카맣게 내려앉은 철새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간석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시화호 북쪽에 365만평, 남쪽에 2937만평 형성된 간석지는 방조제가 막히기 전 갯벌이던 곳이다. 수위를 바깥 바다보다 1m 낮게 유지하자 드러난 갯벌에는 칠면초나 퉁퉁마디같은 식물이 들어서면서 소금기를 제거했고 이어 갯개미취, 갈대, 억새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습지생태계를 이뤘다. 사람의 간섭이 줄어든 틈을 타 자연은 불과 10년만에 갯벌을 갖가지 야생동물과 새들이 번창하는 습지로 바꾸어놓았다. 이번 개발은 이 간석지의 대부분을 매립하는 내용이다.




    야생동물·새들 번창하는 습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시화호 북쪽 간석지로 접어들었다. 시화·반월공단과 시화호 사이에 난 기다란 땅이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공장 굴뚝들과 널따란 갈대밭 습지가 양쪽에 나란히 펼쳐져 있다. 호숫가 얕은 곳에는 혹부리오리와 흰죽지의 큰 무리가 먹이를 찾고 있었고 좀더 먼 물위에는 천연기념물 제 201호인 큰고니 50여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멸종위기야생동물인 혹고니 4마리도 눈에 띄었다. 동해안에 주로 오는 혹고니가 시화호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인 안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 간석지에 고라니, 멧토끼, 너구리가 많이 사는데 공장터가 늘어나면서 서식지가 줄어들어 최근에만도 죽은 고라니를 3마리나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쪽 간석지에 첨단·벤처 업종을 중심으로한 멀티테크노밸리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의 호숫가에서 2㎞ 가량 호수쪽으로 들어간 곳에 둑을 쌓고 그 안쪽에 흙을 메우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시민단체는 습지는 물론 자연이 되살아나던 수심이 얕은 호숫가도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공장용지가 남아도는 마당에 새로 지은 공단에 결국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일반공장들이 입주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높다.



    공장요지 남아도는 마당에…


    이번 장기종합계획안에서 정부는 남쪽 간석지에 자연을 살리는 복합 레저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호변을 보전녹지벨트로 유지하고 공룡알 화석지와 생태적으로 중요한 갯골을 보존하는 등의 전향적 조처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시화호를 둘러보면 과연 관광레저단지로 개발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높이가 120m인 송전탑이 호수 안에 85개나 서 경관을 망치고 있다. 또 다이옥신을 비롯해 대기오염이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심한 곳 가운데 하나인시화·반월공단이 지척에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화호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적조가 나타나고 깊은 곳과 오염물질이 들어오는 상류엔 무산소층이 형성돼 갯지렁이조차 살지 못한다. 호수바닥 퇴적층에는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다량 들어있다. 그런데도 정부안은 조력발전소를 지어 수질오염문제를 일거에 해결한다는 낙관적 예상 말고 수질과 대기오염을 잡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호수를 가로지를 두 개의 도로를 비롯해 대규모 골프장, 자동차경기장 등 개발사업은 다양하다. 임병준 시화호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시화호 계획 실패의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는 정부가 또다시 환경파괴 계획을 내놓았다”며 지난 99년 안산·시흥·화성지역 12개 시민단체가 제안한 ‘시화호 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악오염지역에 관광레저도시?


    제종길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해안선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변 생태계를 폭 500m~1㎞의 띠 모양으로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이를 외곽의 산들과 연결하는 것이 시화호 생태보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시화호연대회의도 북쪽 간석지 개발을 취소하되, 남쪽 간석지에서는 보호구역 바깥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한편, 시화호 사업과정에서 생계수단을 잃은 최대의 피해자인 어민들이 개발계획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태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인 우음도 윤영배 어촌계장은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주민 18명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살아왔는데 땅을 수용한다니 기가 막힌다”며 “종합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에 어민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화호/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목록
  • 이전글
    [한겨레 0107]흰죽지 청둥오리 저어새…시화호는 지금 철새세상
    다음글
    [중앙 0107]수도권매립지 환경상 영향조사 본격 착수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셨습니까?

  •   
  •   
  •   
  •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