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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례0324]그냥…넓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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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1,208
    • 등록일자 : 2004.03.23
  • 특수성 고려 없이
    교통수단만 따져 ‘뚝딱’

    하동~화개간 19번 국도 4차선 확장은 흔해빠진 주민 숙원사업도, 국회의원 공약사업도 아니었다. 확장 계획을 입안한 건설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한 관계자는 “2차선 도로는 하루 평균 통행차량이 8000대를 넘으면 4차선 확장을 추진하는데, 하동~화개 구간은 평균 통행량이 5600여대였지만 관광철 상습정체를 고려해 일찍 실시설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확장 결정에 19번 국도만의 특수성을 고려한 흔적은 없다. 교통 소통만을 고려한 기계적 판단이 있었을 뿐이다. 그 결과는 섬진강과 그 자체가 관광자원인 가장 아름다운 길 하나에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하동읍 화심리의 한 주민은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가 개통된 뒤 국도의 평소 교통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관광객이 늘기 바라는 화개장터의 한 상인은 “지난해 화개장터 옆에 남도대교가 놓이면서 섬진강 건너 861번 지방도가 연결돼 사실상 4차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관을 망쳐가며 굳이 도로를 넓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남도대교의 교통분산 기능은 19번 국도 확장계획 입안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동~평사 구간 확장방침이 결정된 뒤 공사에 들어가, 실시설계가 끝난 뒤 완공됐기 때문이다. 19번 국도의 관광자원적 가치와 확장방침 결정 뒤의 여건 변화에 주목한다면 확장계획 재검토를 요구하는 주장은 경청할 여지가 있다.

    그러면 관광철 교통정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은 국도 주변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 주차장을 만들고 자전거도로 설치하는 것 등을 관광수입 확대까지 겨냥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교통문제 전문가인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도 “최근 ‘도로를 넓히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해 정체는 더 심해진다’는 독일의 수학자 브라에스의 역설이 어김없이 맞아들어가고 있어, 4차선으로 확장한다고 해도 관광철 교통정체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 설치와 함께 자전거도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통정체 해소에만 주목할 경우 도로 확장만큼 효과적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수경 스님은 이와 관련해 “일본 와카야마현의 관광지인 고야산에 갔을 때 갑자기 차선이 하나가 없어져 차들이 서로 기다렸다 가는 곳이 있었는데, 지나면서 보니 주변의 아름다운 바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그 구간만 차선을 하나 없앤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길 하나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관광철 며칠 동안의 불편이나 약간의 물류 지연은 감수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미다.

    열쇠는 결국 건교부장관이 쥐고 있다. 실시설계가 끝나고 보상을 앞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책임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법 스님은 “관과 민이 중지를 모아 이 섬진강변길을 기존의 국토개발 관행에서 벗어나는 사례로 삼았으면 한다”며 건교부장관의 결단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돼야 할 것은 건교부가 진행 중인 확장구간의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절차를 중단하는 것이다. 보상은 지역 주민 사이에 갈등의 불씨를 지피게 되고, 사업을 되돌리는 것을 그만큼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동/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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