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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02.25] 영남 알프스’ 만신창이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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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2,472
    • 등록일자 : 2004.02.24
  • 영남지방의 허파’ 영남알프스가 상업논리에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며 태고의 자태를 잃어가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양산·밀양 등 영남지역 5개 시·군 255㎢에 걸쳐 있는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천황산(1189m) 재약산(1189m) 취서산(1059m) 고헌산(1032m) 간헐산(1083m) 등 7~8개 산군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과 봄의 문턱에서 다시 찾은 영남알프스는 베이스캠프 격인 울산 울주군 상북면~경남 양산시 원동면 사이 배내골부터 망신창이가 돼가고 있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석남사를 지나 울산~밀양 국도를 따라 접어든 배내골은 원시림을 연상시켰던 90년대 초반의 배내골이 아니었다.

    이 일대 계곡 4㎞를 따라 별장형 고급주택과 각종 유흥업소, 음식점 200여개 이상이 빼곡히 들어서 중소도시의 유흥가를 방불케 하고 있다. 2001년 양산·밀양·창녕 주민들의 식수 공급을 위한 밀양댐건립계획이 발표돼 이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건축물이 주춤해졌지만 건축물은 들어설 대로 들어섰다.

    3대째 고향을 지키고 있는 박아무개(48)씨는 “90년대 중반부터 외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100평이 넘는 별장과 고급 음식점을 잇따라 지으면서 영남알프스의 관문인 배내골이 급속히 황폐화하기 시작했다”며 “뒤늦게 행정당국이 규제에 나섰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된 셈”이라고 뒷북행정을 꼬집었다.

    가지산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신불산 자락도 망가진 지 오래다. 울산 울주군 등억 온천지구는 울산시가 천연 온천수를 이용해 대규모 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며 신불산 임야 25만여평을 개발했지만 업소들이 경영난으로 잇따라 문을 닫거나 폐업 위기에 몰려 흉물로 남아 있다. 부동산 투기가 유행병처럼 휩쓸고 가 모텔들이 산자락을 갉아먹고 있다.

    신불산과 가지산은 관광수입을 노린 자치단체의 개발논리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울주군은 서부지역의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삼남면 가천리에서 신불산 9부 능선까지 3.6㎞에 걸쳐 케이블카(삭도) 설치를 추진하다 환경단체의 반발로 논의를 중단했다. 밀양시도 산내면~얼음골~천황산 정상 사이 3~5㎞를 연결하는 삭도를 설치하려다 환경부의 제동으로 백지화했다.

    서토덕(39)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가지산에는 독수리 산작약 꼬마잠자리 반딧불이가, 신불산에는 개비자나무군락지 등 각종 천연기념물과 희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며 “삭도가 설치되면 대형 철탑과 정류장 건설로 수천평의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고 케이블카 소음과 진동으로 동식물의 서식환경에 변화가 발생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영남알프스 몸통도 짓밟히고 있다. 재약산 수미봉과 천황산 사자봉 두 봉우리 사이의 완만한 타원형의 언덕들로 이어지는 전국 최대 억새밭(125만평)인 사자평 고원은 이미 문명의 이기에 침범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비포장 도로를 주행하는 오프로드 동호인들이 배내골에서 울산대 연수원 쪽의 도로를 따라 사자평 고원으로 4륜 구동 차량을 몰고 나와 재약산 사자봉과 수미봉의 가파른 중턱까지 곳곳이 파여 있다.

    영남알프스의 백미 사자평 고원은 ‘태고의 모습을 보존하느냐’ 아니면 ‘배내골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고 있다. ㈜영남알프스가 1995년 산림청에서 매입한 사자평 3만평에 민박시설 휴게소 특산물매정 가축방목장학습관 주차장 승마장 미니골프장 등이 들어서는 ‘알프스랜드 생태목장’을 조성하겠다며 농림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시행사는 사업계획서 제출에 앞서 ‘목장용 초지로 돼 있는 사자평 3000평에 농가주택과 과수원을 건립할 수 있도록 국유림 일부를 진입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며 울산 울주군에 도로 개설을 신청했다 최근 반려를 당했는데도 사업 재추진을 강행할 태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용했던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마을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곳 청년회와 마을 주민들은 “사자평 자연환경을 보존합시다” “사자평 일대 개발계획을 백지화하라”는 플래카드를 사자평과 배내골 일대에 내걸고 지난 15일부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상 목장용 초지는 30년 이상 지나면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업주가 도로개설만 빼고 목장용 토지의 용도 변경을 다시 신청하면 사자평 고원에 주택과 과수원 등이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임주택 상북면 이천리 이장은 “전국 산악인들이 영남알프스의 중심인 사자평 고원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사업주가 상업논리의 잣대만 들이대 천혜의 절경을 갖춘 사자평 고원을 훼손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35) 울산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영남알프스가 군립공원과 도립공원으로 나눠져 관할 자치단체들이 경영수익사업을 이유로 앞다퉈 산악 개발에 나서고 상업시설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며 “영남알프스의 막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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