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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1117][지식권력이 움직인다]<8>새만금 생명학회
  •     등록자명 :     조회수 : 1,301     등록일자 : 2003.11.16        
  • 《1991년 새만금 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될 때만 해도 간척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도 바뀌었다. 쓸모없는 땅, 갯벌이 실은 뛰어난 자연 정화조이자 해양 생태계의 보고(寶庫)임이 밝혀진 것이다. 새만금 개발론자들은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며 사업 강행을 주장한다. 환경론자들은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반박한다. 새만금 논쟁은 92년 리우환경회의 이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한국 사회가 실현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그 논쟁의 한 가운데 ‘새만금 생명학회’가 서 있다.》

    ● 지식이 있어야 환경이 보호된다

    새만금 사업은 96년 시화호 사건과 97년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로 분기점을 맞았다. 바닷물을 막아 조성한 시화호가 썩어 들어가자 새만금의 수질 문제가, IMF에는 사업의 경제성 문제가 제기됐다.

    새만금 사업 강행이 사회문제화하자 정부는 99년 5월 사업을 잠정 중단했지만 타당성 검토를 거쳐 2001년 5월 재개했다. 그 해 6월 수경 스님, 최열 환경운동연합(환경련) 대표, 윤준하 서울환경운동연합 의장, 고철환 서울대 교수(해양생물학),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새만금 생명학회 현 회장) 등이 모여 이 문제를 다룰 전문 학술단체를 만들기로 하고 10월 학회를 창립했다. ‘새만금 생명학회’의 시작이었다.

    “버려진 땅, 갯벌을 쓸모 있는 자연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지식의 힘에 의해서다. 이러한 지식이 일반인에게 전달되지 않고서는 운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운동의 영역에서 한 발 떨어져 객관성을 갖고 새만금 문제에 접근하기로 했다.” (고철환 교수·새만금 생명학회 초대 회장)

    환경련의 시민환경연구소장을 지낸 고 교수와 이 교수가 뜻을 함께하는 학자들을 모았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를 비롯해 김수일 교원대(생물학) 김익수 전북대(생물학)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계획학) 오창환 전북대(지구환경학) 장재연 아주대(예방의학) 전승수 전남대(해양지질학) 교수가 참여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영문학)를 비롯해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경제학) 곽승준 고려대(경제학) 김철규 고려대(사회학) 박재묵 충남대(사회학) 조경만 목포대(생태인류학) 한경구 국민대(문화인류학) 함한희 전북대 교수(문화인류학), 조승헌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환경경제학)이 함께 했다. 현재 회원은 120여명.

    ● 학제적 연구로 환경문제에 접근

    새만금 생명학회는 창립선언문에서 학회 창립의 의미 중 하나로 ‘과학에 대항하는 과학(science against science)’을 언급했다.

    2001년 8월 환경련은 전북 부안군 주민 3000여명의 이름으로 정부를 상대로 새만금 간척사업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본안 소송과는 별개로 올 7월 법원으로부터 사업집행 정지결정을 받아냈다.

    이 학회의 학자들은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에 응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법정 증언을 하는 것으로서 ‘대항과학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소송의 쟁점은 사업의 경제성, 수질오염, 환경피해 등 3가지. 경제성의 경우 조승헌 연구원, 수질은 김정욱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피해는 전승수 교수가 법정에 증인으로 섰다.

    학회는 새만금이 환경과 경제 논리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87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치적 문제이고, 그 배경에는 지역 불균형 발전으로 인한 전북 도민의 소외감이 있었다는 것. 학회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망라한 학제간 연구를 시도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김수일 교수는 갯벌에 날아드는 철새를 연구하고, 사회학자인 김철규 교수는 개발 중심에서 환경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기에 나타나는 사회 집단간의 관계변화에 주목한다. 백낙청 명예교수는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생(相生)의 창의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문학의 몫”이라고 말한다.


    여러 갈래의 연구 작업은 새만금 지역 주민의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대안 제시에서 하나로 모아진다. 회원들은 간척과 갯벌 보호에서 앞선 경험을 가진 독일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2년 일정으로 파스(FASS·For A Sustainable Saemangum)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양재삼 군산대 교수 vs 전승수 전남대 교수 ▼

    양재삼 군산대 해양정보과학과 교수(51)와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48)는 서울대 해양학과 선후배로 절친한 사이다. 양 교수는 71학번이고 전 교수는 76학번.

    그러나 새만금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의 견해는 극과 극을 달린다. 전 교수는 ‘새만금 생명학회’의 열성 회원이고, 양 교수는 “공사 중단이 웬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새만금 행정소송에서 전 교수와 양 교수는 각각 환경단체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새만금 사업이 갯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양 교수는 “이미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은 사업을 도중에 중단하려면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돼야 하지만 생명학회는 아직까지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환경피해에 관한 양 교수의 견해는 이렇다. 방조제 공사로 갯벌이 사라지지만 대신 방조제 밖에 연간 1㎜씩 갯벌이 생긴다. 또 바닷물을 막아 생기는 담수호에는 갯지렁이 게 조개 등 해양생물이 살 수 없지만 대신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가 살게 된다. 따라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아니고 서식지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새만금 사업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1조5000억원은 1년이면 뽑고도 남는다”고 반박한다. 새만금처럼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생기는 하구 갯벌은 염도에 따라 다양한 생태환경이 조성되고 생물종도 다양해 그 가치가 경작지의 250배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갯벌을 보존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독일은 1987년부터 방조제 사업도 일절 허가하지 않고, 간척사업이 활발히 진행됐던 네덜란드도 방조제 갑문을 통해 해수를 100% 유통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해양화학, 전 교수는 해양지질학이 전공. 양 교수는 “전 교수의 전공인 지질학은 가장 작은 분석단위가 10만년으로 10년, 20년 앞의 갯벌생태계를 논의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교수는 “해양화학자들 가운데 다수는 새만금 사업 반대자”라고 말했다.전 교수는 “공개석상에서는 언성을 높이지만 사적으로는 선배를 좋아하고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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