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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례1210]관매도 나도풍란 자생지 복원사업
  •     등록자명 :     조회수 : 2,023     등록일자 : 2003.12.09        
  • 바람아 다시 실어오렴
    남녘 나도풍란의 향기

    “아마 현장에 가 보면 누구나 절도 감탄을 하게 될 겁니다. 우리도 처음 봤을 때 믿기지 않았으니까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겁니다.”

    남도의 들녘에서도 가을걷이가 거의 끝물에 접어든 지난달 중순, 진도 팽목항에서 관매도로 향하는 작은 배 위에서 만난 진도풍란보존회 회원들의 목소리에는 설레임이 한껏 묻어나왔다. 바로 전날 저녁 진도읍내 한 연회장에서 관매도 주민을 포함해 지역 출신 7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한 이들은 관매도해수욕장의 곰솔숲에서 진행중인 ‘멸종위기종 나도풍란의 복원사업’ 지원을 위해 현장 답사에 나선 길이었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3뿌리 남은 관매도 자생란
    곰솔숲 생태관광지로 가꿔 3년 후 50만개까지 늘린다.
    섬 주민들이 환경지킴이로 종실채취·배양작업등 한창

    간간이 빗방울이 뿌리는 흐린 날씨가 50여개의 유인도와 200여개의 무인도가 점처럼 퍼져 있는 다도해의 전경을 감추었지만 진도군이 자랑하는 관매팔경을 감상하는 데는 외려 운치를 더해주었다. 섬에 가까워지면서 오랜 해식작용으로 생겨난 해안 절벽의 파식동굴들의 기기묘묘한 생김새가 시선을 붙들었는데 할미중드랭이굴과 같은 독특한 이름들이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방아섬 봉우리의 ‘남근바위’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서들바굴폭포, 두개의 바위섬이 2~3m 거리로 나란히 서 있는 다리치섬과 그 사이를 잇는 하늘다리 등등 회원들의 ‘경치 자랑’은 내내 끝이 없었다. 상주 인구 350여명에 불과한 작고 조용한 섬 관매도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피서객과 낚시꾼들 사이에 가장 인기좋은 관광지로 꼽히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팽목항까지 하루 한차례 여객선이 뜨지만 피서철에는 5~6회씩 오가며 올 여름에도 4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진도군청 관계자의 설명을 들을 무렵에는 어떻게 이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에서 나도풍란이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 또 앞으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지 새삼 의문이 생겨났다.

    뱃길로 1시간 못미쳐 관매도 선착장에 내리자 때마침 비도 그쳐 화창하고 온화한 남도 특유의 기운이 감돌았다. 일행의 목적인 관매도해수욕장은 바로 앞에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2㎞ 남짓의 해안선을 따라 은빛 고운 모래사장과 짙푸른 띠를 이루고 있는 곰솔숲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선착장에서 곰솔숲으로 향하는 길섶에는 노오란 감국과 갯쑥부쟁이 등 가을 야생화들과 난대성 식물인 돈나무, 동백나무 등이 어우러져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상록섬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여관도 다방도 식당도 없어 한 민박집에 여장을 푼 뒤 이 사업의 총괄책임자인 신현철 순천향대 교수(생명과학부)의 안내로 곰솔숲에 들어선 답사단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m 높이로 쭉쭉 솟은 아름드리 곰솔에는 솜털처럼 파아란 이끼옷이 입혀져 있었고, 그 위에서 산일엽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마치 원시림을 보는 듯 했다. 주민들은 “가장 오래된 토박이인 최씨네의 14대 조상 때에도 이미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며 숲의 나이가 어림잡아 500년은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까이 다가서보니 수십그루의 소나무에 나도풍란이 저마다 번호표를 단 채 붙어 있었다.

    순천향대와 대전대, 동북아식물연구소, 진도사랑시민연대가 뜻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복원사업은 지난 6월 환경부의 차세대 핵심과제의 하나로 선정돼 2003년부터 3년간 6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1차 예비 이식작업에 나선 연구진은 위탁업체인 바보난농원에서 증식한 원산지를 알 수 없는 풍란 150개체군(7500여촉)을 40여그루의 소나무에 붙여 놓았다.

    “앞으로 2005년까지 숲에서 풍란이 자생할 수 있는 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원산지를 알 수 없는 개체군을 2차례 더 이식한 뒤 열매는 모두 따서 주변으로 번식하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신 교수는 그 사이 진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진도와 관매도에서 각각 채취한 자생종을 증식해 오는 2006년에는 기존 이식 개체를 모두 제거하고 진품 나도풍란을 심어 복원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겨우 꼬투리 3개를 건진 관매도의 자생 나도풍란을 50만개까지 증식하기 위해 현재 종실 채취와 배양 작업이 진행중이다.

    ‘은은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수십리까지 퍼진다’하여 이름을 얻은 나도풍란은 난채집자들과 원예상들의 싹쓸이 채취로 지난 1980년말께 이미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자생지에서 거의 자취를 감춰 한란 광릉요강꽃 매화마름 섬개야광나무 돌매화나무 등과 함께 지난 97년부터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희귀식물이다.

    지난 93년 거제도에서 시민단체가 앞장서 풍란 복원운동을 한 적이 있고, 최근 몇년 동안 제주도에서 한란과 더불어 나도풍란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자생종은 찾지 못해 일본 중국 등 외국산 종묘를 증식해 옮겨 심어놓은 실정이다.

    관매도의 나도풍란 역시 자생지에서 절멸될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여름 조정일 진도사랑시민연대 의장과 함께 식생조사를 하다가 야산의 바위 틈에 기적처럼 붙어 있는 나도풍란 2개체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복원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올 6월 꽃이 피어 포자를 채취할 수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재답사를 갔더니 안타깝게도 사라져버렸지 뭡니까.”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당시 주민들의 도움으로 채취된 나도풍란이 외지에 팔기 전에 찾지 못했다면 복원사업은 시작하자마자 중단될 뻔 했다”고 소개했다.

    이 사업은 단순히 곰솔숲에 나도풍란을 이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생지인 섬 전체가 영구히 보전되도록 주민들을 관리 주체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진도군의 지원을 받아 ‘진도풍란’ 캐릭터를 상표로 관련 문화·관광 상품을 만들고, 복원지인 곰솔숲을 생태관광지로 개발해 그 수익을 관매도 주민들이 공유하는 한편 복원지의 유지와 관리도 보존회와 현지 주민 등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맡도록 하는 것이다.

    그 첫 사업으로 ‘진도풍란’ 캐릭터 걸개그림이 지난 11월 진도 군민의 날 행사에서 선을 보였고, 기념 티셔츠 상품도 나왔다. 또 곰솔숲에 둘러싸여 있는 관매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자매결연이나 풍란 연구지정 학교 등의 형식으로 복원사업에 참여해 일상적으로 이식해놓은 풍란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답사에서는 이식해놓은 150여개체군 중에서 단 4개체가 없어졌을 뿐 어린이들의 관찰을 돕기 위해 키높이에 붙여놓은 대부분의 나도풍란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4만여평에 이르는 숲과 주변 해안을 답사하던 일행은 오래 전 기록에만 남아 있던 대흥란 군락을 발견하는 뜻밖의 성과도 거뒀다.

    관매도 토박이자 보존회 부회장인 박영봉씨는 “땔감이 귀한 시절에도 주민들 스스로 일년에 세번만 솔잎 채취를 허용하고, 해마다 연말에 숲 입구의 후박나무 성황림(천연기념물 제212호)에서 당제를 모셔왔다”며 곰솔숲은 주민들이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도 관매도/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사진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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