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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11.12] 정읍 내장산 굴거리나무숲
  •     등록자명 :     조회수 : 1,938     등록일자 : 2003.11.12        


  • 산 가로지른 등산로에 나무들은 설 곳을 잃고… ]
    “아저씨! 등산로에서 장사를 하시면 안됩니다. 이 팻말은 또 왜 세워놓았습니까. 어서 빨리 치우세요.”

    “여름내 재미를 못봐나서 인자 막 왔당게. 쪼까 봐죠.”

    천연기념물(제91호) 굴거리나무숲 표지판이 서 있는 내장산국립공원 금선계곡 입구, 관리공단 직원과 노점상의 실랑이가 이목을 끌었다. 공원 구역 안에 있는 한 휴게소의 주인인 그는 가을 단풍철을 맞아 몰려들기 시작한 관광객들이 삭도(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목에 임의로 좌판을 차려 놓고 막걸리와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공단에서 세워놓은 등산로 안내 팻말 옆에는 자신의 휴게소가 있는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까지 따로 만들어 박아 놓았다.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는 국립공원 안에서 어떻게 아직도 이런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난대성 상록활엽수 굴거리나무의 가장 북쪽 자생지인 내장산국립공원(1991년 12월27일 23면)에 대한 12년만의 답사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공원 구역의 상당 부분이 사찰림이어서 지난 71년 국립공원 지정 이전부터 조계종과 계약을 맺고 임대 영업을 해온 6개의 휴게소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공단 역시 연간 입장료의 10%(1억7천~8천만원)를 종단에 임대료로 내고 있죠. 삭도 운영업체도 마찬가집니다.”



    전북 정읍과 전남 장성에 걸쳐 있는 내장산국립공원의 북부 관리사무소쪽은 “쓰레기 수거, 화장실 청소, 등산로 정비 등 기본적인 관리업무 외에 공원 내 시설에 대한 감독 권한이 전혀 없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털어놓았다. 공단쪽은 지난 80년부터 운행중인 삭도의 연간 이용객 현황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 단풍 절정기를 일주일쯤 앞둔 지난달말, 내장산 입구는 교통체증과 주차난, 즐비한 음식점들의 호객소리로 번잡했다. 올해부터는 집단시설지구 안쪽으로는 노점상의 진입을 규제한 데다 평일이어서 그나마 혼잡도가 덜한 편이라고들 했다.

    내장사로 향하는 진입로 왼쪽의 우화정에서 삭도를 타니 왼쪽 연자봉(675m)까지 불과 3분 만에 올랐다. 삭도의 상부역은 공교롭게도 굴거리나무숲이 시작되는 연자대 전망대 입구에 자리해 한번에 45~50명씩 풀어놓고 있다. 더구나 대형 매점에서 십여개의 비치파라솔과 자동판매기 등을 차려놓아 천연기념물이자 자연보존지구인 굴거리나무숲의 가치가 무색할 지경이다. 보호철책을 따라 금선계곡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로 접어들면 전망대 바로 아래에 또다른 대형 매점이 길을 막는다. 기념품 노점상이 부는 나무피리 소리와 시주함을 놓고 앉아 있는 스님의 목탁소리도 등산로의 번잡함을 더한다. 여느 유원지 풍경이 국립공원의 정상부 능선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삭도를 타고 올라온 이용객의 대부분은 연자대에서 금선계곡까지 굴거리나무숲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등산로를 따라 걸어서 하산을 했다.

    지난 2001년 경영권을 인수한 삭도 운영업체인 내장산개발의 황종철 대표는 “내장산 탐방객의 70% 이상이 가을 단풍철에 몰려있는 데다 곤도라의 정원(1회 50명)과 운영 시간(하루 최장 10시간)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삭도 이용객은 연간 15만명을 넘기 어렵다”면서 “최근에는 전체 탐방객이 줄어 들고 있고 건강을 위해 아래쪽 금선계곡에서부터 걸어서 오르내리는 등산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삭도 때문에 등산로 훼손이 가중된다는 비판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도 그는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굴거리나무숲의 생육 상태가 건강할 뿐 아니라 어린나무(치수)들의 자연발아에 의한 후계림 번식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답사에 동행한 오장근 박사(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생태연구소장·식물생태학)는 “천연기념물 구역의 지표층에 조릿대가 번성해 치수의 번식 속도가 뎌디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른키높이층에서 굴거리나무의 비율이 높고, 내장사 뒷편 원적계곡을 비롯해 남부 백양사쪽까지 분포지가 넒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호남대 대학원에서 발표한 ‘내장산국립공원 굴거리나무군락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논문(임윤희)을 보면 우리나라의 굴거리나무군락 가운데 맨남쪽인 한라산국립공원 돈내코지역과 북쪽인 내장산 연자대 전망대 부근의 나무들이 가장 밀도가 높고 굵기도 큰 5등급으로 분류됐다. 특히 전망대 부근에서는 굴거리나무가 경쟁 수종인 대팻집나무 사람주나무 등 낙엽활엽수들에 비해 추위에 강하고 치수의 뿌리내림도 튼튼해 세력을 점차 넓혀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80년대 이후 연간 100만명을 오르내리던 내장사쪽 탐방객은 94년 136만여명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 지난해에는 61만여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되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리사무소쪽은 예상하고 있다. 월 평균 1만5천명에 불과하던 탐방객이 10~11월 단풍철에는 하루평균 1만명꼴로 집중되는 현상도 여전해 훼손된 등산로가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특히 굴거리나무숲 사이의 등산로는 12년 전과 비교해 폭이 2배나 넓어지고 사람의 발길에 의한 담압도 심해져 주변 거목들의 고사 현상이 눈에 띄게 뚜렷해졌다. 관리사무소쪽에서 정비를 하면서 아예 지그재그식으로 석축을 쌓아놓은 구간은 폭이 무려 20m에 이르렀다. 1m 높이 이상으로 등산로 주변 흙이 쓸려내려가는 바람에 뿌리가 드러나 말라죽은 고목들 중에는 최소한 100년생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굴거리나무도 있었다.

    내장산의 또다른 명물인 단풍나무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진입로구간에 외래종인 중국단풍나무를 심었다가 물의를 빚었던 관리사무소는 지난 99년부터 문제의 외래단풍을 다시 캐내고 있었다. 그러나 진입로 양쪽에서 자라고 있는 108주의 기존 단풍나무 거목들은 보도블럭 공사를 하면서 1m 가까이 흙을 높여 다지놓는 바람에 뿌리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생장이 멈추거나 고사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쪽은 2001년 굴거리나무군락에 대한 모니터링 조사를 했을 뿐 보존 대책에 대한 계획이나 등산로 복원 예산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읍 내장산/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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