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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11.12] 1천평 도심텃밭 “뭉개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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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2,438
    • 등록일자 : 200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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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왕십리동 ‘주말농장’ 뉴타운 계획으로 위태
    “밭일을 하다 보면 몰랐던 이웃도 사귀고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칠 수 있어 좋았는데 ….”

    총각무(알타리무) 밭을 돌보던 이묘순(46)씨는 말꼬리를 흐렸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주말농장’은 올 연말부터 왕십리 뉴타운 공사가 시작되면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손수레가 들어가기도 힘들 만큼 연립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선 이곳에 1천여평의 빈터가 생긴 것은 1990년대 중반께였다. 서울시가 이 땅을 사들여 노인건강센터와 애니메이션센터를 유치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에게 소중한 빈땅이 생긴 것이다. 왕십리 제1동사무소는 지난해 기름진 흙을 퍼오고 말목을 박아 약 200평의 계단식 농장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분양했다. 배추와 무를 비롯해 땅콩, 토란, 당근, 갓, 상추, 고추 등을 기르는 재미에 서로 경작을 하려고 해 애초 27개로 구획한 땅이 40개로 잘게 나뉘어졌다. 어린이집은 이곳에서 자연학습을 했고 주민들은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채소를 나눠주기도 했다. 주민 이일춘(43)씨는 “주변 사람들이 싫어해 퇴비를 많이 줘야 하는 호박은 기르지 못하지만 웬만한 채소는 모두 이곳에서 길러 먹는다”고 말했다.

    주거와 업무시설이 조화를 이룬 ‘도심형 공동체’를 만든다는 왕십리 뉴타운은 오는 2007년까지 건설된다. 하지만 주민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세 자영업자나 세입자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 텃밭에서 만난 두 주민도 같은 처지다. 이묘순씨는 “우리가 떠난 새 동네엔 강남 사람들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뉴타운 개발이 순조로운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도 떠나가는 원주민들의 알뜰한 토지이용 지혜는 쉽게 확인된다. 산비탈 골목길의 다닥다닥 붙은 집들마다 대문 위 낡은 세숫대야에는 배추, 길가 스티로폼이나 나무상자에는 상추, 2층 베란다 화분에는 파, 담 아래 빈땅에는 알타리무, 그리고 허물어진 집터에도 각종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생태주택사무국 박항주 국장은 “뉴타운 개발이 서둘러 시행되면서 물리적 환경개선에만 치중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도 최근 뉴타운 개발이 사회·경제적 측면의 고려가 부족해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 형평 등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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